
금융당국이 태영건설 워크아웃을 계기로 금융권이 보유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리에 속도를 높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PF 대출 부실이 금융시장과 거시경제 전반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강도 높은 수술에 나설 방침이다.
28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추산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부동산 PF 대출잔액 규모는 130조 원 중반에 달한다. 이중 브릿지론이 약 30조 원, 본 PF가 약 100조 원일 것으로 추산됐다.
연구원은 지난해 상반기 중 증권사 등 제2금융권에서 취급한 PF의 만기 연장 비율은 브릿지론 70%, 본 PF 50% 정도로 집계했다. 부동산시장 회복이 지연될 경우 향후 부실 발생 규모는 예상보다 클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다.
국내 PF 시장은 착공 이전 단계에서 시행사가 토지매입을 위해 조달하는 자금인 브릿지론과 사업 인허가와 시공사 선정이 이뤄진 이후 브릿지론 상환과 건축비용 조달을 위한 본 PF라는 이중 대출구조를 기반으로 한다.
특히 저축은행 등 주로 2금융권에서 높은 이자를 내고 빌려 쓰는 브릿지론은 가장 위험한 단계로 만기 연장이 이뤄진 사업장은 분양이나 매각 실패가 이뤄진 경우여서 그 자체로서 사업성이 확보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금융당국은 담보가치 등 사업성 평가를 엄격히 해서 충당금 적립을 강화하도록 하고, 밀착 점검을 통해 부실 PF 정리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집중관리 대상으로 꼽는 숫자가 있다"며 "사업성이 없는 것을 단순히 만기 연장으로 그냥 끌고 가면서 부실 인식을 늦추는 것은 막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은 지난 25일 캐피탈사와 저축은행 담당 임원을 소집해 본 PF 전환이 안 되는 브릿지론에 대해서는 손실을 100% 인식해 충당금을 적립할 것을 요청했다. 공사 지연 또는 분양률이 낮은 본 PF 사업장에 대해서는 과거 경험 손실률 등을 감안한 충당금 적립으로 손실 흡수 능력을 높이라고 주문했다. 이를 통해 경‧공매나 매각 등 재구조화까지 유도할 방침이다.
또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브릿지론 상태에서 본 PF로 전환이 안 되고 그냥 계속 지금 시간만 끌고 있는 것들은 충분히 손실 인식을 하라는 것"이라며 "사업장들이 땅이 그대로 있는 상태에서 돈도 묶여 있고 사업도 안되고 하는 상태여서 그것을 지금 빨리 적정한 가격에 팔고, 이를 낮은 가격에 산 사람들이 다시 사업을 진행해야 건설경기가 일어나는 구조"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