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의 물가상승률이 둔화하면서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경계가 풀릴 경우 물가안정기로의 진입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주요국 사례를 보면 물가 안정기에 진입하더라도 최초 인플레이션 충격 발생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기까지 평균 3.2년 정도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BOK이슈노트: 물가 안정기로의 전환 사례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인플레이션 지표가 점차 낮아지고 있지만, 물가안정기 진입과 관련된 마지막 단계(last mile) 리스크는 여전히 남아 있다.
정성엽 한은 통화정책국 정책분석팀 차장은 “역사적으로 물가안정기로의 진입에 실패했던 사례를 보면 라스트 마일, 즉 마지막 단계 리스크에 대한 부주의에 기인하는 경우가 다수”라며 “가격조정 모멘텀이 상존함에도 불구하고 큰 폭의 인플레이션 충격 이후 기술적으로 따라오는 기저효과를 물가안정기로의 진입으로 오인하면서 정책당국이 성급하게 통화정책완화 기조로 전환한 사례”라고 했다.
보고서는 물가안정기의 특징을 ▲경제주체들이 현재의 물가 또는 인플레이션에 대해 합리적 무관심 유지 ▲특정 부문에서 발생한 인플레이션 충격이 여타 부문으로 파급되지 않고 자체적으로 소멸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으로 등락하더라도 기조적으로는 장기간 목표 수준 근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상태 등 3가지로 정의했다.
고물가 충격 이후 물가가 안정화되려면 상당한 시간과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게 한은 측 설명이다. 보고서에는 물가 안정기 진입에 성공한 사례들을 분석한 결과 최초 인플레이션 충격 이후 물가가 충격 전 수준으로 돌아가는데 평균 3.2년이 걸렸다는 다른 해외 연구 결과도 실렸다.
보고서는 “물가안정 성공 사례를 보면 통화긴축이 상당기간 일관되게 시행됐을 뿐 아니라 금융·외환·실물 등 거시경제 안정책도 병행됐다”며 “일각에선 유가 외에 추가적인 공급 충격이 없었던 행운도 일부 작용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점차 인플레이션 지표가 낮아지는 모습이나 물가안정기 진입과 관련된 마지막 단계 리스크는 잔존하고 있다”며 “물가안정기조로의 재진입 여부는 부문간 파급, 기대인플레이션·기조적 인플레이션 등 다양한 관점에서 확인할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와 함께 “일부 물가지표의 일시적 긍정 신호(head fake)에 과도한 의미를 두지 않도록, 다양한 지표들의 추세적 움직임을 인내심을 갖고 종합적으로 분석·판단하는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