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법농단 의혹의 ‘최상위 실행자’로 지목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재판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1부(김현순 조승우 방윤섭 부장판사)는 5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임 전 차장에게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법부 독립이라는 이념은 유명무실하게 됐고,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저해됐다”며 “다만 ‘사법 농단’ 의혹 대부분은 실체가 사라진 채 부적절한 지시를 한 혐의만 남게 됐고, 대부분 범죄가 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판시했다.
임 전 차장은 2018년 11월 ▲상고법원 추진 등 법원 위상 강화 및 이익 도모 ▲대내외 비판세력 탄압 ▲부당한 조직 보호 ▲비자금 조성 등 네 가지 범주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구체적 죄목은 직권남용, 직무유기, 공무상 비밀누설, 위계공무집행방해,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등 30여 개에 달한다.
재판부는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정지 신청을 받아들인 법원 결정의 문제점을 검토하라고 행정처 심의관에게 지시한 혐의와 고용노동부의 관련 소송서류를 사실상 대필한 혐의 등을 유죄로 봤다.
또 통합진보당 지역구 지방의원에 대한 제소 방안 검토를 지시한 혐의도 “국가공무원법상 정치적 중립에 반해 직권남용에 해당하며, 심의관에게 의무 없는 일을 시켰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이 외에도 각급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 명목의 예산 3억 5000만 원을 현금화해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도 대다수가 유죄로 인정됐다.
이 재판으로 사법농단 관련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14명의 전·현직 법관 가운데 유죄를 선고받은 이는 총 3명이 됐다.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은 2심에서 벌금 1500만 원을,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은 2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현재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1심에서 전부 무죄를 선고받았다.
[ 경기신문 = 박진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