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된 첫 해인 지난해 주요 손해보험사들의 실적 희비가 엇갈리며 순위 변동이 일어났다. 메리츠화재가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며 DB손해보험을 제치고 업계 2위에 오르면서, 올해 손보업계의 실적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 손보사 5곳(삼성, 메리츠, DB, 현대, KB)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총 6조 4255억 원으로 전년 대비 1.4%(913억 원) 감소했다. 삼성화재와 메리츠화재, KB손해보험은 실적이 오른 반면 현대해상과 DB손해보험의 실적은 뒷걸음질쳤다.
업계 1위인 삼성화재는 지난해 1조 8184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약 12% 증가한 것으로, 3년 연속 최고 실적이다. 세전 이익은 2조 4446억 원으로 창사 이래 최초로 2조 원을 돌파했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전년 대비 25.2% 늘어난 1조 5748억 원을 기록하며 업계 2위에 올랐다. 특히 지난해 3분기와 4분기 순이익은 각각 4801억 원, 2787억 원을 기록하며 업계 1위를 기록했다.
메리츠화재 측은 "업계의 출혈 경쟁에 동참하지 않고 신계약의 질적 가치 향상을 위해 우량계약 중심의 매출 성장에 집중하고 효율적 비용관리 등 본업 경쟁력에 충실했다"고 설명했다.
KB손보 또한 지난해 전년 대비 35.1% 증가한 7529억 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장기·자동차보험 손해율 안정화 및 투자손익 개선 등이 실적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는 게 KB손보 측 설명이다.
반면 현대해상의 지난해 실적은 8057억 원으로 1년 새 37.1% 감소했다. 같은 기간 보험손익(5265억 원)은 61.2% 감소했다. 실손보험 손해액이 오르면서 장기보험 보험손익이 줄었고, 대형 화재사고 등의 영향으로 재보험비용이 상승해 일반보험 보험손익도 줄었다.
DB손보 또한 지난해 전년 대비 21.1% 줄어든 1조 5367억 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주요 해외 거점인 괌과 하와이에서 자연재해가 발생하면서 대규모 손실을 입은 영향이다. 또한 마스크 해제 후 병원진료 증가 등으로 장기위험손해율이 상승했고, 손실부담 비용이 늘어나 장기보험 손익이 하락했다.
메리츠화재의 맹추격과 일회성 요인의 영향으로 DB손보는 지난해 손보업계 2위 자리를 메리츠화재에 내주게 됐다. 양 사의 실적 격차는 381억 원이다.
다만 본업 경쟁력을 나타내는 보험손익 부문에선 DB가 우위를 점하고 있어 메리츠화재가 완전한 승리를 거뒀다고 보긴 어렵다. DB손보의 보험손익은 1조 5500억 원으로 메리츠화재(1조 4971억 원)보다 529억 원 많다. 수익성 지표인 보험계약서비스마진(CSM) 또한 DB손보(12조 2000억 원)가 메리츠화재(10조 4687억 원(를 앞질렀다. 따라서 양 사의 올해 실적 경쟁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메리츠화재의 성장세가 돋보여 기존 1강 4중이었던 손보업계 판도가 변화하고 있다”며 “보험산업이 저성장 기조인 만큼 다른 보험사의 점유율을 가져오거나 신상품을 개발하는 등 업계 경쟁이 한 층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