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과 미국, 유로 등 주요 지역에서 물가둔화 속도가 더뎌지면서 각국의 기준 금리 인하 시점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최근 한국·미국·유로지역의 디스인플레이션 흐름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주요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둔화 추세가 크게 완만해진 가운데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이 예상을 상회하면서 물가가 목표수준으로 순조롭게 수렴해 갈지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지난해 말까지만 하더라도 미국, 유로지역 등 주요 선진국의 물가상승률이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되면서 연말 연초에 중앙은행과 시장은 2024년도 물가전망을 하향 조정했는데 최근 상황이 달라졌다는 평가다.
미국은 지난달 CPI상승률이 3.1%로 전월(3.4%)대비 둔화됐지만 근원서비스물가의 상승모멘텀이 확대되면서 시장 예상(2.9%)을 상회했다. 유로지역은 지난해 11월 2.4%까지 낮아졌다가 올해 1월 2.8%로 반등했다.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 3.8%를 기록한 이후 둔화 흐름을 재개해 올해 1월 2.8%까지 낮아졌으나 여전히 지난해 7월(2.4%)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들 국가에서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이 공통적으로 주춤한 모습을 보이는 데에는 에너지가격 상승과 함께 국별로 차별화된 원인이 작용하고 있다고 한은은 평가했다.
국제유가가 최근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면서 다시 80달러를 상회하는 등 글로벌 디스인플레이션을 저해하는 공통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미국의 경우 근원서비스 물가가 오르고 있고 우리나라는 농산물 가격 급등이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한은은 앞으로 인플레이션의 동인과 경기 흐름에 따라 둔화 흐름이 달라질 수 있으며 이는 각국의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은 관계자는 "지정학적 위험에 따른 국제유가 상방리스크뿐 아니라 미국의 견조한 경기와 노동시장 상황 및 우리나라의 높은 농산물가격, 유로지역의 높은 임금 오름세 등이 물가 둔화 흐름을 더디게 할 것"이라면서 "라스트마일(최종 구간)에서 물가 둔화속도는 각국의 통화긴축 기조 전환 시점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