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주식 거래가 늘어나면서 브로커리지(위탁매매) 등 수수료 수익 확대에 힘입어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들이 전반적으로 견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기준금리 인하 및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 등 하반기 전망 또한 긍정적이라 호실적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다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리스크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지주계열 증권사 4곳(KB·신한·하나·NH)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총 1조 1372억 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8928억 원) 대비 27.37% 성장한 수치다.
개별 증권사의 실적도 대부분 성장했다. NH투자증권은 1년 전보다 15.2% 증가한 4227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하며 이들 중 순이익 1위를 차지했다. WM(자산관리)과 IB(기업금융) 부문의 경쟁력 제고 및 시장거래대금 증가에 따른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2353억 원) 확대 등의 영향이다.
KB증권은 올해 상반기 3761억 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0.7% 성장한 것으로 현대증권과의 합병 이후 최대 실적이다. 트레이딩 및 브로커리지 관련 영업이익이 늘어나고 지난해 해외 대체투자 관련 손실이 인식됐던 것의 기저효과 덕분이다. WM, IB부문의 성장도 지속됐다.
하나증권도 같은 기간 339% 늘어난 1312억 원의 실적을 기록하며 눈부신 성장세를 보였다. 고객 수 증대 및 IB, S&T(세일즈앤트레이딩) 관련 수익 개선이 실적을 견인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이들 중 유일하게 실적이 뒷걸음질쳤다. 신한투자증권의 상반기 순이익은 2072억 원으로 유가증권 관련 손익이 감소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14.4% 감소했다. 다만 브로커리지 수수료 및 금융상품 수수료이익이 증가하며 2분기 실적(1315억 원)이 전분기 대비 73.7% 개선되며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처럼 금융지주계열 증권사들이 올해 상반기 양호한 실적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주식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관련 수수료 수익이 늘어난 덕분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주식 결제대금은 243조 7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31.4% 늘었다. 일평균 거래대금 또한 4월 20조 1000억 원에서 5월 21조 원, 6월 21조 8000억 원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주식 거래도 늘어났다. 올해 상반기 말 국내 투자자들의 외화 증권 보관금액은 1237억 3000만 달러(176조 5048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반기 전망 또한 긍정적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에 따라 거래대금이 늘어나며 수수료 이익 증가가 점쳐지는 데다, 우리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로 인해 증권 업종이 두각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조아해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밸류업과 기준금리 인하 등으로 거래대금 및 트레이딩 손익의 양호한 흐름세가 예상된다"며 "밸류업 관련 세제혜택 확대 고려 시 개인들의 증시 참여도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부동산PF 리스크가 여전해 마냥 안심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시장 악화에 따른 부동산 PF 부실화 우려에 대비하기 위한 충당금 적립이 실적에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
안영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PF 업황 정상화 방안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오는 3분기 실적 확인이 필요하다”면서 “이후에도 과거 부동산 PF 주관수수료를 대체할 수 있는 수익원을 찾아내는 게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