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의혹이 불거진 우리은행과 우리금융을 다시 한 번 겨냥했다. 전임 경영진의 구태를 현 경영진이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는지 의심이 든다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또한 생보사 인수를 통해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금융당국과 소통이 없었다며 다음달 진행되는 정기검사를 통해 면밀히 살피겠다고 예고했다.
그는 4일 KB국민은행 신관에서 열린 '가계대출 실수요자·전문가 현장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말도 안되는 일(손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이 일어난 것은 과거의 일이지만 대응하는 방식 등을 봤을 때 발본색원 의지가 있는지, 소위 '끼리끼리 나눠먹기 문화' 같은 것들이 팽배한 조직을 개혁하려는 의지가 없는 것은 아닌지 등 (현 경영진의) 책임이 있지 않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경영진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은 이사회나 주주들이 묻는 게 맞지, 금감원 몫은 아니다"라며 사퇴 압박과 관련한 논란에는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잘못된 관계지향적 운영을 통해 수익성, 건전성에 숨겨진 리스크를 줄 수 있어 현 경영진의 책임이라고 말한 것이지 그 이상의 의미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우리금융 및 우리은행에 대한 금감원의 정기검사 일정을 다음 달로 앞당긴 것을 언급하며 금융당국과 소통 없이 결정된 동양·ABL생명 인수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또한 인수 결정의 적정성 등에 대한 고강도 검사를 실시하겠다고 공언했다.
이 원장은 "정기검사의 경우 규정상 2~3년 안에 해야 하는데, 2021년 초 KB금융에 대한 정기검사를 했고, 우리금융의 경우 하반기에 시작해 2022년 초에 마무리했다"며 "내년에 하게되면 3년이 지난 뒤"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금융의 생보사 인수 결정에 아쉬움이 있는데 금융사가 포트폴리오 확장을 하는 과정에서는 어느 정도 리스크가 수반된다"며 "(증권사보다) 큰 딜인데도 저희는 '인수 검토 중이다' 정도로만 알았지 그런 조건으로 계약이 체결된 것은 신문을 보고 알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보험사 인수가 영업 확장 측면에서 틀림없이 도움이 되겠지만 보험사의 리스크가 은행과 다른 부분이 있어서 과연 지주단 결정에서 정교하게 반영됐는지 불안이 있다”며 “민간회사의 계약이라지만 어차피 당국이 인허가를 하는 사안인 만큼 어떤 리스크 요인이 있는지에 대해서 금융위원회나 금감원과 소통을 했어야 했는데 그런 부분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금융지주에 대한) 경영실태평가가 3년이 넘게 경과된 시점인 만큼 현 단계의 경영실태평가를 좀 하고 그 과정에서 문제점이나 전체 상황을 좀 봐야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정기검사를 앞당겨서 하게 된 것"이라며 "금융지주의 전체 리스크를 같이 봐야 되기 때문에 최대한 역량을 집중해서 빨리 볼 것"이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