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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 웃음의 미학

 

더위로 인해 열 받는 지구 안에서 웃고 살자고 한다면 정신이 외출해 버린 사람이라고 할 것이다. 그래도 웃어보자고 '강의 유머 기법'을 읽다 보니 '사람을 졸게하는 죄' 라는 테마가 있다. 그 내용이다. 늘 교통법규를 위반하던 총알택시 기사와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목사님이 동시에 천국에 가게 되었다. 그런데 하나님은 목사님을 칭찬하지 않고, 오히려 총알택시 기사를 칭찬했다. 기가 막힌 목사님이 그 이유를 물어보자, 하나님이 말하기를 “너는 늘 사람들을 졸게 했다. 하지만 총알택시 기사는 사람들에게 하나님! 하나님!”하고 늘 기도하게 했다.”고 하는 것이다.

 

내가 나를 깨우고 나의 길을 가기 위한 심신의 워밍업으로 이른 아침이면 헬스장으로 달려간다. 가는 길에는 한 대학 생환관이 있고 그 산자락 아래로는 도로가 있다. 그 길 가운데는 양쪽 도로를 지켜주는 분계선에 수십 년 된 플라타너스가 우람하고 듬직하게 줄지어 서 있다. 나무는 얼마나 오래 살았으며 삶이 버거웠는지 얼굴에도 몸에도 검은 구멍이 뻥뻥 뚫렸다. 가지는 떨어져 나가고 위로 뻗은 줄기도 꺾어져 버린 그대로이다. 하체만 세월 앞에 당당한 모습이다. 얼마나 처절한 삶이었으면… 하고서 나는 내 삶의 안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저렇듯 불평 없이 신음 없이 사는 게 저 나무의 운명인 것을- 하고서 한여름 푸른 그늘이 되어주는 나무에 감사하며 일그러진 영웅 같은 모습에 소리 안 나는 박수를 보내곤 한다.

 

식물은 환경을 버리거나 떠나지 못한다. 그러기에 끊임없이 그 자리에 적응하며 진화의 길로 움직임 없이 걸어왔다. 누구 탓도 없이 때 되면 연하고 진한 연두색과 심녹색의 잎을 피워가면서 우리의 삶 주변 경관에 부드럽고 찬란한 계절의 의미를 선사한다, 동시에 웃으면서 ‘생명 사랑’의 이야기를 전해 주고 있다. 시인은 사랑한단 말 없이 사랑을 전하고 그립다는 말 없이 그리움을 쏟아낸다.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강렬한 감정을 전달하고 감춰진 시인의 진심을 발견했을 때 독자의 감동은 배가 된다. 저 나무들도 시인의 마음과 통하는 것인가!

 

한때는 ‘조물주 위에 건물주’가 있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내 집 마련을 위해 평생의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현실을 매일 보아도 낯설지 않았다. 젊은이들 앞에 서면 나이 든 게 죄 같다. 앞 세대로서 인구 절벽 시대요. 젊은이들이 꿈꿀 수 없는 세상이 되도록 그동안 뭐 했냐고 따질 것 같아서다. 그런데도 한국 사회는 일제강점기가 역사에서 지워져 버린 것처럼 두 쪽 난 광복절 경축식을 기록했다.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제나라 교과서에 싣고 있는 상황인데도- 기후 변화로 뜨거워진 지구 문제도 네 탓, 누구 탓만 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누구 하나 기후 문제와 인구의 미래 문제에 대하여 심각한 우려나 해결책을 고민하는 사람을 볼 수 없다.

 

뱃속이 꿀렁거릴 때는 새로운 음식보다는 오래 먹어온 된장찌개를 골라 먹듯 마음이 싱숭생숭하고 세상 일이 불편할 때는 귀에 익은 노래를 듣거나 내 영혼을 만지고 간, 책을 읽는다. 앞서 말한 플라타너스 나무 이야기 때의 나무의 의지와 뿌리의 힘을 생각하다 보면 지리산 천왕봉길 주목이 서리를 백설같이 뒤집어쓰고도 말없이 의연한 자세로 하늘 아래의 산들을 내려다보고 있던 상황이 떠올라 머릿속을 개운하게 해준다.

 

처서가 지났다. 처절한 서글픔 속에 땀 흘리며 견뎌온 여름이었다. 9월이다. 바람은 가을의 문을 두드린 지 오래다. 작은 나뭇가지의 흔들림에도 웃어보고, 겨드랑이를 스치는 가을바람에도 웃어주고, 그냥 하늘의 구름을 보고 한번 웃어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총알택시 기사의 천국행’도 생각하며 웃어보자. 국토의 최남단 마라도 해녀들에서부터 외로움에 젖어 사는 독거노인들, 휴전선 근처에서 근무하는 장병들, 마지막으로 서울 용산의 뱃심 좋은 분까지 인간답게 살기 위한 ‘웃음의 미학’을 생각해 보는 가을이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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