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에 이어 신용대출까지 제한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2단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하 DSR) 시행 이후 주담대 한도가 줄어들며 대출 수요가 다른 곳으로 옮겨가는 풍선효과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주택가격 상승세에 따라 주담대와 신용대출 모두를 활용해 주택구입에 나서는 사람들이 있는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은행권의 주담대 제한 조치 이후 가계대출 증가세가 지속되는지 여부와 주담대 외의 대출로 수요가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났는지 들여다보려는 것.
실제로 지난달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신용대출 잔액은 한 달 만에 8497억 원 늘며 3개월 만에 반등했다. 은행들의 대출 제한 조치로 주담대 문턱이 높아지자 신용대출을 끌어다 쓰는 풍선효과의 전조증상으로 풀이된다. 당국은 지난달 5일 주가가 폭락하는 '블랙먼데이' 당시 저가매수를 위한 신용대출이 하루 만에 9000억 원 폭증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이달 들어 2단계 스트레스 DSR이 시행돼 가계의 대출한도가 더욱 줄었음에도 가계대출 증가세가 진정되지 않을 경우 추가로 신용대출도 조이겠다는 계획이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방안은 신용대출에 소득대비대출비율(LTI)을 적용해 대출한도를 연소득 내로 제한하는 방안이다. 현재 시중은행들은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의 150% 수준으로 정해뒀는데, 이를 100% 이내로 줄인다는 것. 이미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신용대출을 최대 연소득까지만 내주기로 했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빚투(빚내서 투자) 광풍이 일었던 3년 전에도 정부는 행정지도를 통해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이내로 축소한 바 있다.
또한 DSR 산정 시 신용대출에 적용하는 만기(현행 5년)를 축소해 전체 대출한도를 줄이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우 현재 소득의 최대 1.8배 수준인 한도가 줄어들 수 있다. 나아가 연말까지 특정 지역 부동산 가격 급등에 대응할 수 있는 핀셋 규제를 제도화하거나 내년 하반기로 예정된 3단계 스트레스 DSR의 조기 시행도 언급된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풍선효과를 막기 위해 보험업권을 비롯한 등 2금융권 점검도 강화한다. 금융감독원은 이달부터 농협 등 상호금융권과 새마을금고, 보험업권의 주담대 증감과 선행지표인 대출 신청 건수를 하루 단위로 점검 중이다.
특히 지금처럼 가계대출이 폭증했던 3년 전 카드론까지 끌어다 쓰는 현상이 감지됐던 만큼, 2금융권의 신용대출도 주시한다는 방침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국내 9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NH농협)의 7월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41조 2266억 원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서민들이 급전용으로 쓰는 카드론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여기에 주택 구입을 위한 수요가 더해지는지 주시할 예정"이라며 "서민 급전을 막으면 안 되겠지만, 추이를 보면서 '영끌'을 위한 수요가 감지될 경우 카드론 한도 축소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