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 친인척의 부당대출 사태와 관련해 수사 결과가 나오면 추가 입장을 밝히겠다고 전했다. 조 행장이 손 전 회장 관련 부당대출에 대해 입장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 행장은 1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은행장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검찰)수사와 (금감원)조사를 잘 받고 있다"며 "저희 임직원들이 (수사·검사를) 성실하게 받고 있으니 결과가 나오는 것을 보고 그 때 얘기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는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의혹이 불거진 이후 조 행장이 등장한 첫 번째 공식 행사다. 조 행장은 지난달 20일 열린 김병환 금융위원장과 은행장 간담회는 코로나19 확진으로 불참했다.
간담회 직후 이복현 금감원장과 행장들이 추석 연휴 인사를 나누는 과정에서 조 행장은 이 원장과 악수를 하며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라고 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앞서 조 행장은 간담회 시작 전 부당대출과 관련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는 침묵을 지켰다.
앞서 금감원은 2020년 4월부터 올해 초까지 우리은행이 손 전 회장의 친인척들을 대상으로 616억 원(42건)에 걸친 대출을 실행한 것을 확인했으며, 이 중 절반 이상인 350억 원(28건)을 특혜성 부당대출로 보고 있다.
특히 올해까지도 부당대출이 실행된 점과 우리은행이 부당대출을 인지하고도 당국에 보고하지 않은 점에서 현 경영진의 책임론도 제기된다.이 원장은 지난달 25일 KBS와의 인터뷰에서 "저희한테 (은행)법상 보고해야 되는 것들이 제때 보고가 안 된 것들은 명확하기 때문에 그것들에 대해서는 누군가는 지금 책임져야 되지 않을까"라고 말한 바 있다.
금감원의 검사 결과를 넘겨받은 검찰도 손 전 회장 부당대출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부당대출 의혹에 연루된 손 전 회장의 처남인 김 모씨는 지난 7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과 사문서위조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한편,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의혹이 불거진 이후 아직까지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오는 11일 김병환 금융위원장과 금융지주 회장단의 만남이 예정돼 있었지만 국회 대정부질문과 일정이 겹치면서 회동은 추석 이후로 미뤄졌다.
임 회장은 사건 이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 "조사나 수사 결과가 나오면 저와 은행장을 포함한 임직원은 그에 맞는 조치와 절차를 겸허하게 따를 것"이라고 두 차례에 걸쳐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