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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보가치 뻥튀기 막아라"…은행권, 감정평가 제도 손본다

특정 법인이 담보가치 산정할 수 있는 예외조항 폐지
초과대출 수법 활용 배임사고 영향…자체점검 결과 124건 적발
금감원도 TF 꾸려 제도개선 착수…연내 모범규준 개정

 

은행권이 특정 감정평가법인에 담보가치 평가를 맡길 수 있도록 하는 예외조항을 폐지하는 등 감정평가 제도 손질에 나섰다. 최근 '담보가치 부풀리기'를 통해 초과대출을 내준 배임사고가 잇따르면서 감정평가와 관련해 제도적 허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금융감독원 또한 태스크포스(이하 TF)를 통해 담보가치 평가 절차를 강화하는 등 여신 프로세스 제도 개선에 나섰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예외적으로 영업점이 특정 감정평가법인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외부감정평가법인 예외지정 조항'을 올해 말 대부분 폐지(3개월 유예)한다. 

 

KB국민은행도 지난 3월 감정평가법인 지정과 관련된 예외사항을 전면 폐지했다. 아울러 외부법인에서 평가한 감정평가 가격을 확정하기 전 본부 부서가 적정성 여부를 한번 더 체크하고 있다. 다른 은행들도 예외조항을 최대한 활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감정평가 제도를 운영 중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감정평가법인이 평가금액을 잘 주겠다며 영업점을 상대로 영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며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무작위 방식으로 감정평가법인을 배정 중"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은행들이 예외조항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은 해당 제도를 악용해 담보물의 가격을 부풀려 과도한 대출이 나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최근 은행권에서 발생한 금융사고 중 담보가치를 과대평가해 초과대출을 받는 사례가 많았던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농협은행은 지난 3월 부동산 가격을 실제 가격보다 부풀린 매매계약서를 토대로 담보대출이 실행된 배임사고를 적발했다. 비슷한 시기 국민은행에서도 할인된 매입가가 아닌 최초 분양가를 기준으로 담보가치를 산정해 대출을 내준 배임사고가 발생했다. 

 

우리은행의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에서도 실제 담보가치보다 많은 금액이 대출된 경우가 있었다. 금감원의 요청으로 은행들이 자체 점검을 실시한 결과 4~6월 총 124건의 담보가액 대비 초과대출 사례가 발견됐다.

 

은행의 감정평가법인 선정에 있어 공정성과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지 않았던 점이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특히 은행권이 기업대출을 확대하며 중소기업(개인사업자 포함) 대출이 크게 성장해 감정평가의 공정성이 중요해졌지만 내부통제는 부실했다는 지적이다.

 

점검 결과 상당수 은행에서 대출 취급 지원이 감정평가법인을 지정할 수 있도록 했는데, 금감원은 이를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대출취급자가 담보인정비율(LTV)을 높게 적용해도 이를 검증·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미비했던 문제도 있었다. 사후점검 측면에서도 영업점 자점검사가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등 개선이 필요했다.

 

은행뿐 아니라 금융당국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제도개선에 착수했다. 금감원은 여신 프로세스 개선 TF를 통해 장기 미분양 등 취약물건의 담보평가에 대한 자체 검증절차 강화, 본점 심사 확대 및 영업점 자체평가에 대한 본점 모니터링 강화 등의 방식으로 담보가치 부풀리기에 대응할 방침이다. 10월까지 실무논의를 진행해 개선안을 마련하고 연내 모범규준 개정에 나설 계획이다.
 
박충현 금감원 은행담당 부원장보는 지난 3일 TF 킥오프 회의에서 "연이은 금융사고로 은행산업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신뢰회복을 위해 금감원·은행권이 다 함께 상황인식을 공유하고 힘을 같이 모아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금감원은 제도개선과 함께 정기검사시 여신 프로세스 점검을 강화하고 금융사고에 책임있는 임직원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히 조치하는 방침을 견지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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