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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의 달리는 열차 위에서] 이게 되네?

  • 최영
  • 등록 2024.09.12 06:00:00
  • 13면

 

살면서 크게 성공한 한 번의 경험은 매 순간 선택의 기준이 된다.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전쟁배상금으로 2억냥을 받아냈다. 이는 당시 일본의 4년치 세입에 달하는 엄청난 액수였다. 그때까지 열강의 반열에 끼이지 못했던 일본은 청일전쟁 승리를 기화로 동아시아의 패권국이 되었음은 물론이고 팽창주의가 엄청난 이익을 가져온다는 깨달음까지 얻었다. 열세로 평가받던 청일전쟁을 이기고 막대한 전리품을 챙기자 일본에서는 “이게 되네?”라는 자신감이 하늘을 찔렀을 것이다. 이 자신감이 훗날 러일전쟁을 거쳐 진주만 공습까지 이어지는 디딤돌이 되었음은 당연지사다. 돌이켜보면 일본의 ‘욱일승천’은 늘 한반도를 지렛대로 이루어졌다.

 

폐허만 남았던 패전국 일본을 다시 경제강국으로 끌어올린 것은 한국전쟁이었다. 미국의 병참기지가 되자 1950년부터 53년까지 군수품이 전체 수출의 60%를 점하면서 경제성장률이 10%를 넘어섰다. 전쟁특수라는 초호황으로 일본이 부흥하는 발판이 마련된 것이다. 이를두고 일본 정치인들은 "정말 운 좋게도 한국전쟁이 일어났다(아소 다로)", "한국전쟁은 신이 일본에 내린 선물(당시 일본총리 요시다 시게루)"이라 입을 모았으니 지금의 일본은 한국전쟁으로 숨진 300~400만명의 한국인 피로 만들어졌다 해도 과하지 않다. 그럼에도 지금은 한국정부가 앞장서서 일본의 전쟁범죄에 면죄부를 발부하고 독도의 실효지배까지 흔들리는 판국이니 한국에 바라기만 하면 “이게 되네?”하는 일본의 성취감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난데없이 정치권에 계엄령 논란이 뜨겁다.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계엄령은 총 16번 발동되었다. 박정희, 전두환에 이르기까지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군사정권은 계엄령을 효과적 통치수단으로 활용했다. 먼 과거의 일도 아니다. 불과 8년 전 박근혜정권 시절 계엄령 계획문건이 작성되었다. 문제는 통치기반을 상실한 정권이 국민저항을 억누르는 수단으로 만지작거린다는 점이다. 과연 군불을 지피지도 않았는데 연기만 난 상황일까? 심증은 차고 정황은 넘친다. 검찰쿠데타로 칭해지던 정권의 탄생과정도 비슷하다. 검찰을 동원한 통치형태도 과거 권위주의정권과 크게 다르지 않다. 총이 수사권과 기소권으로 바뀐 것뿐이다. 역대급 낮은 지지율에 민생은 파탄지경에 빠져있다. 극우세력들은 계엄령을 선포하라고 목소리를 드높이고 있다. 민주당이 다수인 국회 때문에 계엄령이 불가능할까? 박근혜정권의 계엄령 검토 문건은 ‘국회의 계엄해제 시도시 조치사항’이란 항목에서 ‘계엄해제건 직권상정 원천차단, 국회의원 대상 현행범 사법처리로 의결정족수 미달유도’로 섬찟하리만치 꼼꼼히 짚고 있다. 과연 야당에서 제기하는 계엄령논란이 근거없는 괴담의 차원일까? 아니면 합리적 의심의 영역일까?

 

나는 만일 계엄령이 선포된다면 남북한의 국지적 군사충돌을 기화로 삼을 것이라 본다. 현 정권에서 첨예해지는 남북갈등과 긴장국면은 언제 국지전이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은 지경에 이르렀다. 휴전선의 포성과 혼란을 계엄발동 빌미로 삼을 것이다. 문제는, 남이든 북이든 의도적으로 이 상황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대한민국 보수정권은 선거를 위해 북한에 총을 쏴달라고 부탁까지 한 사람들이다. 만에 하나라도 군사충돌을 빙자해 계엄령을 발동하고 야당을 제압한다면 그 주역들은 모여서 이렇게 낄낄거릴 것이다. “이게 되네?ㅋㅋ”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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