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역의 3분기 경제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제조업 생산 증가와 내수 회복에 힘입어 전분기보다 나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제조업 생산과 민간소비 증가세는 4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달 들어 시행된 글로벌 경기 둔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에 따른 주택거래 둔화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전체적인 경기는 3분기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한국은행 경기본부가 30일 발표한 '경기도 지역경제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전반적인 도내 경제 상황은 전분기보다 소폭 개선됐다. 제조업 및 서비스업 생산이 일제히 증가했고, 민간소비와 설비투자가 늘어나면서 전반적인 수요 흐름 또한 2분기보다 개선됐다. 건설투자는 전분기보다 소폭 줄었으며 수출은 보합 수준이었다.
제조업 생산은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호조에 힘입어 전분기보다 증가했다. 반도체의 경우 글로벌 인공지능(AI) 서버 투자 확대와 일반서버 등 IT전방 수요 개선의 영향으로 생산이 소폭 늘었다. 디스플레이는 애플의 신형 아이패드 프로 출시 등 OLED 수요가 늘면서 생산이 소폭 증가했다. 반면 자동차의 경우 고금리로 인해 구매 여력이 위축되고, 하이브리드차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생산설비 전환에 차질이 생기면서 생산이 줄었다. 기계장비도 건설경기가 침체되면서 건설기계의 수요가 줄어 생산이 소폭 감소했다.
앞으로의 전망 또한 밝다. 반도체는 ▲견조한 AI 서버투자 수요 ▲AI 엣지 디바이스 신제품의 D램 탑재량 증가 ▲일반서버용 메모리반도체 수요 개선 등에 힘입어 생산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으나 글로벌 경기둔화 및 중국의 범용 반도체 공급 등이 국내 반도체업체들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상황이다. 디스플레이의 경우 ▲신제품 출시에 따른 교체수요 ▲신수요 창출 등이 호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는 내수 부진이 이어지면서 다음 분기에도 3분기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서비스업 생산 역시 전분기보다 상황이 나아졌다. 수출 호조 및 여객 운송량 증가에 힘입어 운수업이 견조한 흐름을 보였으며, 주택거래량이 늘어나면서 부동산업도 개선됐다. 도소매업의 경우 대형소매점의 매출 감소세는 확대됐지만 온라인 쇼핑업의 증가세가 이를 상쇄하면서 2분기와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숙박·음식점업의 경우 기상여건 악화, 외국인 관광객 유입 감소 등의 영향으로 생산이 소폭 줄었다.
향후 전망의 경우, 3분기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예측됐다. 물가상승세 둔화, 가계 실질소득 개선 등으로 인해 숙박·음식점업의 상황이 좋아지고, 운수업 또한 증가세가 이어질 전망이지만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인해 주택 거래량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부동산업이 소폭 후퇴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민간소비의 경우 내구재 소비와 여객운송량이 늘어나면서 재화와 서비스 모두 전분기보다 소폭 증가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자동차·가전제품 시장의 부진이 완화되고 아이폰16과 같은 신제품 출시로 인해 통신기기 구매도 증가해 내구재 소비가 전반적으로 늘었으며 준내구재와 비내구재 소비는 보합세를 이어갔다. 서비스 소비는 외식물가 부담으로 인해 숙박·음식점업의 소비가 소폭 줄었지만 운수업에서 더 크게 늘었다.
민간소비는 이후에도 견조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측됐다. 코로나19 시기 구매가 확대됐던 IT 기기의 교체시기가 도래하면서 내구재를 중심으로 재화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가계 실질소득이 개선되면서 숙박·음식점업을 중심으로 서비스업 소비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설비투자 역시 업황 호조 및 AI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 확대에 따른 반도체 부문의 투자 증가로 인해 전반적으로 2분기보다 늘었다. 다만 디스플레이 부문의 경우 설비투자가 필수 경상투자에 집중되면서 소폭 감소했고, 자동차는 전동화 설비투자가 지속돼 보합 수준을 기록했다. 반도체 투자 증가세가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향후 전망도 긍정적이지만, ▲AI 시장 경계감 확대 ▲차기 미국 정부 규제 등 불확실성도 큰 상황이다.
건설투자의 경우 3분기 들어 소폭 감소했다. 정부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주택건설 인허가 부진, 아파트 입주물량 축소 등으로 주거용 건축이 줄면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부동산 PF 관련 불확실성 지속 및 그간의 신규 착공·수주 위축의 영향으로 앞으로도 감소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3분기 수출은 전분기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수출은 증가했지만 자동차 수출이 북미지역의 구매심리 위축의 영향을 받아 감소했고, 디스플레이 수출도 보합 수준이었다. 다만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AI 서버 투자가 견조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디스플레이 전망 또한 긍정적인 만큼, 수출은 앞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7~8월 중 경기지역의 소비자물가(월평균)는 전년 동기 대비 2.3% 상승해 전분기(2.6%)보다 상승폭이 축소됐다. 국제유가가 오르고 유류세 인하폭이 축소돼 석유류의 가격 상승률이 확대됐음에도 불구하고 수급 여건 개선의 영향으로 농축수산물가격 상승세가 큰 폭으로 둔화됐기 때문이다.
주택매매가격(월평균)은 6월 말 대비 0.29% 상승해 전분기의 하락(-0.03%)에서 상승으로 전환했다. 대출금리가 떨어지고, 9월 스트레스 DSR 2단계 도입에 따른 선구매 수요가 늘어나면서 주택매수심리가 개선된 영향이다. 전세가격의 경우 같은 기간 0.34% 올랐는데, 빌라 전세사기 등에 따른 아파트 전세수요가 늘면서 전분기(0.23%) 대비 상승폭이 확대됐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