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경기가 좋아져서 헐벗고 굶는 사람들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설을 4일 앞둔 4일 오전 11시께 수원역 인근 세류고가도로 밑 주차장.
고가도로 밑 주차장에는 무료 급식을 받으려는 노숙자 100여명이 영하의 추위에 한껏 몸을 움츠리며 한줄로 서서 급식 차량을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후 수원역 인근 평동 한벗교회(목사 정충일)의 무료 급식 차량이 도착하자 기다리던 노숙자들은 반가운 얼굴로 봉사자들을 맞았다.
봉사자들은 낯이 익은 노숙자들과 '잠은 잘 잤냐', '아픈데는 없느냐', '오늘 메뉴는 뭐냐'는 살가운 대화를 나누며 김이 모락모락나는 점심 식사를 배식했다.
이날의 메뉴는 미역국에 멸치와 두부조림.
몇 가지 안되는 반찬이지만 노숙자들은 삼삼오오씩 모여 행복한 표정으로 식사를 시작했다.
지난 6년동안 일주일에 2~3번씩 수원역 일대에서 노숙자들에게 무료 식사를 제공하는 한벗교회 박진석 전도사와 봉사자들은 식사를 하는 노숙자들을 살피며 "얼마든지 있으니 더 먹고 싶으면 이야기하세요", "매일 오지 못해 죄송해요"라며 따뜻한 말을 전했다.
노숙을 한지 1년여가 된 이모(39.충남 당진군)씨는 "설이 다가올수록 우리는 더 외롭고 힘들다"며 "아침을 못 먹는 날이 많은데 이렇게 봉사해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감사하다"고 고마워했다.
옆에 있던 정모(48)씨는 "금방 해온 따뜻한 밥을 먹을 때마다 가족들 생각이 절로 난다"며 "행여 식사시간을 놓칠까 1시간전부터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수원역에서 노숙한지 3개월된 한 노숙자는 "봉사자들의 따뜻한 마음씨가 느껴져 항상 기분좋게 밥을 먹는다"며 "어느정도 돈을 벌면 올 추석때는 식구들과 같이 지내고 싶다"고 울먹였다.
박진석 전도사는 "지난 연말부터 무료 식사를 하는 노숙자분들이 70여명에서 100명 이상으로 늘었다"며 "가능하면 많은 분들께 매일 식사를 제공하고 싶지만 별다른 지원이 없다보니 급식에 어려움이 있는게 사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가끔 반찬투정을 하는 분도 계시지만 사탕이나 껌을 몰래 주시며 고마움을 전하는 분들도 있어 보람을 느낀다"며 "올해는 경기가 풀려 무료 식사를 하는 노숙자분들이 조금이라도 줄어들길 바랄 뿐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