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두천 옛 성병관리소(이하 관리소)를 경기도문화유산으로 임시지정 해달라는 경기도청원이 동의수 1만 명을 넘기며 경기도지사 답변 요건을 달성했다.
이에 동두천시와 시민단체가 대립하고 있는 관리소 처분 문제에 대해 경기도의 개입이 이뤄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9일 경기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근현대문화유산인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의 도문화유산 임시지정 청원’이라는 제목의 경기도청원이 전날 오전 기준 동의수 1만 256명을 기록하며 도지사 답변 요건을 달성했다.
해당 청원은 ‘국가유산기본법’ 등에 따라 관리소를 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도의 적극 행정을 촉구하는 내용으로, 동두천시가 추진 중인 관리소 철거공사를 막는 것이 골자다.
해당 글을 게시한 익명의 청원인은 “관리소는 기지촌 여성 피해자들의 인권이 짓밟힌 한국 여성인권의 역사에서 아픔이 서려 있는 장소”라며 “도의 문화유산으로 보존·활용함으로써 도민의 자긍심을 지켜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소요산 초입에 위치한 관리소 건물은 한국전쟁 이후 정부가 운영하던 ‘성병검사시설’이다.
앞서 지난해 2월 동두천시는 해당 건물 및 부지를 매입해 소요산 관광사업의 일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6일에는 동두천시의회를 통해 관리소 건물 철거비용이 포함된 추경예산안을 통과시키고 같은달 11일 용역 관련 수의계약을 완료했으며, 오는 10일 용역 입찰을 진행할 계획이다.
다만 시민단체 등에서는 아픈 역사를 기억해야 할 공간으로서 관리소 건물을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두천옛성병관리소철거저지를위한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달 18일부터 소요산 인근에서 철거 반대 천막농성을 진행 중이며, 지난달 23일에는 도의회에서 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안김정애 공대위 공동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피해자들의 명예 회복을 위해서 도가 제대로 된 스탠스(태도)를 취해야 할 것”이라며 “관리소가 반드시 역사 현장으로 나와서 도, 그리고 대한민국의 격을 높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에 도가 해당 사안에 ‘경기도 문화유산 임시지정 제도’를 활용할지 여부가 주목된다.
도 등에 따르면 도 등록문화유산제는 기본적으로 신청제로 운영되는데 소유자인 동두천시가 신청을 하지 않으면 도가 해당 건물을 문화유산으로 등록할 수 있는 근거가 없는 상황이다.
다만 ‘경기도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도지정유산으로 지정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문화·자연유산으로서 그 지정이 긴급할 때 도지사의 임시지정이 가능하다.
문제는 관리소 건물 및 부지의 소유자가 지자체인 점을 고려하면 임시 지정에 대해서도 동두천시 의사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도 관계자는 “등록문화유산 제도의 정상적인 절차는 (신청 대상의) 소유자가 시군을 거쳐 등록을 신청하면 도 유산위원회 심의를 통해 등록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임시지정 제도의 경우 등록 전에 가치 훼손 방지를 위해 도 직권으로 할 수는 있지만 소유자의 의견을 최대한 고려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 경기신문 = 이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