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를 위해 약 한 달간 진행된 영풍과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가 14일 종료된다. 이들의 공격을 방어하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은 공개매수가 추가 인상이라는 승부수를 던지며 맞서고 있다. 의결권 확보 경쟁도 이어질 전망이라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이 장기전으로 돌입하는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영풍·MBK 연합의 고려아연 공개매수 청약은 이날 오후 3시 30분까지 주관사인 NH투자증권 오프라인 지점 또는 온라인(홈페이지·HTS·MTS)을 통해 이뤄진다.
지난달 12일 고려아연 최대주주 영풍과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전격적인 경영협력계약을 체결하고 이튿날 곧바로 공개매수를 시작한 지 1개월여 만이다.
영풍·MBK파트너스(이하 MBK연합) 공개매수가는 83만 원으로 고려아연 측보다 낮아 최대 목표수량인 발행주식총수 대비 14.6%를 채우기 어려울 전망이다. 다만 한 자릿수대의 지분은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은 오는 23일까지 공개매수를 지속한다. 주당 89만 원으로 전체 주식 대비 최대 17.5%를 자사주 공개매수로 확보할 예정이며 백기사로 나선 베인캐피탈도 2.5%를 별도로 공개매수한다.
업계에서는 고려아연 측과 MBK연합의 공개매수 청약이 한 쪽으로 쏠리는 양상보다는 양분될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매수가격만 놓고 보면 고려아연 측이 6만 원 높지만, 투자자마다 양도소득세·배당소득세 유불리가 다르고 가처분 소송 불확실성도 있어 MBK연합으로 청약을 넣는 투자자들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는 회사에 자사주를 돌려주고 배당을 받는 개념이어서 배당소득세 15.4%가 원천징수 된다. 해외 기관 투자자 입장에서는 배당소득세가 적용되면 10∼22.5%의 법인세를 내야 한다.
MBK연합 공개매수에 응할 경우 0.35%의 증권거래세와 거래차익의 22%를 양도소득세로 낸다. 해외 기관투자자는 조세 협약에 따라 양도 차익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는다. 국가별로 다르지만 해외 기관 상당 수가 법인을 두고 있는 미국과 싱가포르의 경우 양도세가 0%다.
특히 불확실성을 기피하는 기관투자자 특성을 고려하면 MBK연합의 공개매수와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에 물량을 적당히 나눠 청약할 확률이 높다.
이와 관련해 고려아연은 최근 자사주 공개매수 절차 중지 가처분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상훈 부장판사)에 오는 18일로 예정된 심문기일을 앞당겨 달라고 요청했으나 기각됐다. 가처분 결과를 영풍·MBK 연합 공개매수 종료일(14일)보다 앞당겨 리스크를 해소하려는 의도였으나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양측 모두 초과청약될 경우 안분비례 방식을 적용한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투자자 청약이 최대 매수 예정 수량보다 많을 경우 공개매수자는 청약물량을 전부 사들이지 않고 비율대로 나눠서 매수한다. 이때 고려아연 측의 공개매수가가 더 높아 청약이 몰릴 것으로 예상한 투자자는 MBK연합 공개매수에 응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 측은 패시브(인덱스추종)펀드, 국민연금을 제외하면 유통주식 물량이 20%대 초반에 불과해 자사주 공개매수 초과 청약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MBK연합은 패시브펀드, 국민연금 참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유통주식이 발행주식총수 대비 최대 35%에 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공개매수가 인상에 이어 의결권 확보를 위한 경쟁이 펼쳐지면서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은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고려아연이 공개매수 중인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고, 우호세력에게 처분할 수도 없다. 우군인 베인캐피탈이 최대로 확보할 수 있는 2.5%에 대한 의결권만 있을 뿐, 자사주 공개매수로 들어오는 청약물량이 많을수록 다른 주주들의 의결권 비중을 늘리게 된다. 기보유한 자사주 2.4%의 경우에도 자사주 신탁계약 등으로 묶여 당장 처분이 어렵다.
고려아연 측이 공개매수가 목표 물량을 100% 채운다면 최 회장 측 일가의 의결권 지분은 약 45%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조건에서 MBK연합은 이날 종료될 공개매수로 발행주식총수의 약 3.5%만 얻어도 최씨 일가 의결권을 앞서게 되며, 7% 내외를 확보하면 과반을 넘게 될 것으로 추산된다.
앞서 MBK연합이 최소 매수 조건을 없앤 점도 고려아연 측의 자사주 공개매수 허점을 노린 것으로 전해졌다. 청약이 1%만 들어와도 의결권 지분이 40%대에 달하기 때문에 주주총회에서 표대결을 해볼만하다는 판단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내년 3월 정기주총 시즌까지 경영권 분쟁 국면이 지속될 것”이라며 “고려아연 측의 의결권 확보에 대한 대응과 MBK연합의 임시주총 시점이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