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월 수원중부경찰서에 부임한 박영대 수원중부경찰서장은 지휘관임에도 현장에서 시민과 직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현장을 중심으로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그는 부하 직원의 실수에는 관대함과 용서로, 관내 시민들에게는 따뜻함과 친절함으로 손을 건넨다. 그러나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각종 범죄에는 철통같은 치안 역량을 발휘해 범죄의 뿌리를 뽑기 위한 한 명의 경찰관으로서 최선을 다한다. 수원 시민들의 안전한 일상을 지키기 위해 누구보다 땀 흘려온 그에게 어떤 각오로 경찰 업무에 임하는지 경기신문이 직접 들어봤다. 다음은 박영대 서장과 일문일답. [편집자주]
◆ 수원중부서에 부임한 지 8개월이 지났다. 그 소감이 어떤가.
경찰로 근무한 지 약 34년이 지났다. 그동안 여러 경찰서와 경찰청을 돌며 다양한 일을 해왔지만 수원중부경찰서장직만큼 성취감이 높은 일은 없었던 것 같다. 치안 유지를 위해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수원중부서 직원들의 열정은 가히 전국 최고라 할 수 있다. 이런 열정 넘친 직원들이 서로 화합과 소통으로 관할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는 모습들을 봐오면서 성취감과 기쁨을, 또 한편으로는 감동과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특히 최근 수원중부서 직원들의 활동에 대해 '경찰의 수준이 이전보다 높아졌다'는 시민들의 격려를 자주 들을 수 있었다. 체포 및 송치 건수를 채우기에 급급한 것이 아닌, 진정으로 수원 시민들을 위해 봉사하는 수원중부서 직원들 덕분에, 직원이 들어야 할 칭찬을 제가 듣고 있어 직원들과 수원중부서에 강한 애착을 느끼고 있다.

◆ 혁신적 추진력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찰서장으로서 어떤 일을 했는가.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부임 직후 실시한 수원중부경찰서 관활에 있는 동부파출소 환경 개선 작업이다. 동부파출소는 옹벽에서 오폐수가 누수돼 파출소 안에서 악취가 나는 등 직원들의 근무 환경이 열악했다. 특히 파출소 내부를 보니 악취가 심해 벌레가 날아다닐 정도여서 직원들이 옷도 갈아입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방치된 동부파출소 모습을 보고 있자니 직원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에 화가 나, 즉시 환경개선 TF팀을 구축하고 수원시와 접촉해 해결 방법을 모색했다. 결국 지난 7월 누수 공사를 완료하고, 시민들이 경찰에 친근감을 가질 수 있도록 옹벽에 벽화를 그리는 등 환경 개선에 성공했다.
◆ 평소 수원중부서 직원들을 향한 애정이 남다른 것 같다.
시민의 안전을 위해 자신의 안전과 생명을 뒷전으로 하고 현장에서 땀 흘리는 소중한 직원들이다. 그런 이들에게 늘 첫 번째로 강조하는 것은 '범죄자에게는 과감히 물리력을 사용해 다치지 마라'이다. 취객이 난동을 피우거나 범죄자가 범행을 일으킨 사건사고 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기 때문에 현장 경찰관들은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다칠 수밖에 없다. 때문에 도주를 시도할 정황이 보이거나 자해 및 타해 가능성이 있는 경우는 뒷수갑을 채우는 등 강하게 대응하라고 강조한다.
아울러 현장에서 땀 흘리는 직원들이 실수해도 책망 대신 이해를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지난 9월 수원시 장안구의 외국인 노동자 숙소에서 소음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출동했다. 출동한 경찰관들은 현장에서 불법체류자들을 발견하고 체포하려 했지만 출동한 인원이 4명에 불과해 결국 1명을 놓쳐버렸다. 사건 종결 후 현장상황을 충분히 검토한 결과 당시 출동한 인원 4명으로는 불법체류자 모두를 체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고 판단,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 사건이 있은 후 직원들에게서 '현장을 잘 이해해 줘 감사하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 수원 시민에게도 먼저 다가가는 '친근한 서장님'으로 유명하다.
경찰의 모든 업무는 경찰을 신뢰하는 시민으로부터 시작한다. 때문에 시민이 경찰을 믿고 언제든 신고하거나 첩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경찰은 시민에게 편안한 존재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일반 시민들은 경찰관이 입고 있는 제복에서 불편함을 느끼고 거리를 두려는 경향이 있어 서장인 제가 먼저 웃는 얼굴로 친근하게 다가가려고 노력한다. 먼저 인사하고 먼저 웃고, 최대한 편안함과 친근함을 보여주려 하는데, 시민들께서 잘 이해해 주길 바랄 뿐이다.
◆ 시민 및 직원들과 현장에서 겪은 기억 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순간의 잘못된 마음으로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에게 수원 시민들과 경찰관이 미움이 아닌 온정을 베푼 사건이 있었다. 지난 5월 수원시 장안구 영화동에서 발생한 쓰레기장 영아 사건이다.
아기 우는 소리가 들린다는 112 신고에 경찰관들이 출동해 맨손으로 쓰레기장을 뒤졌고, 검은 봉지 안에서 막 태어난 영아를 발견하고 살리는 데 성공했다. 이후 추적 끝에 아기를 버린 산모를 찾고 체포하고 구속했다. 조사 결과 해당 산모는 생활 여건이 열악해 아기를 키울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 소식을 들은 몇몇 수원 시민들은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임에도 배척하지 않고 동정 어린 마음으로 산모에게 영치금과 분윳값, 기저귓값 등 생필품 지원금을 전달하는 등 도움의 손길을 건넸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관들도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자'는 마음으로 산모에게 최대한의 배려를 제공했다. 체포된 산모는 수원중부서 조사실로 인치됐는데, 밥을 오래 먹지 못했는지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다. 직원들은 급하게 미역국과 간식을 사와 산모를 먹였고, 경찰서에서 편하게 쉴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사건 처리에 급급한 경찰이 아닌, 따뜻한 인정을 갖춘 수원중부서 직원들에게 감동을 느낀 순간이었다.

◆ 평소에는 온정을 베풀지만 범죄에는 엄중 대응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수원중부서 관할에는 스타필드 수원과 화성 행궁, 수원 월드컵 경기장 등 다수의 인파가 집중되는 곳들이 있어 크고 작은 범죄가 뒤따른다. 때문에 사건이 발생한 이후인 '사후조치' 보다 범죄를 사전에 막을 수 있도록 예방하는 것이 수원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가장 중요하다.
일례로 최근 관내 한 행사장에서 수원시내에서 활동하는 조직폭력배 200~300명이 모여 결혼식 등 행사를 열자 경찰력을 동원해 대응한 사례가 있다. 당시 이들은 '아무 문제도 일으키지 않을텐데 왜 경찰이 나서냐'고 항의했다. 그러나 일반 시민들은 조직폭력배가 집단으로 모이면 공포감과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순찰차를 집중 배치하고 경찰력을 동원해 이들의 우발 행동을 막았다.
조직폭력배와 같은 범법 집단이라도 평범하게 행동하지 않고 시민들에게 공포감을 조성하는 행위를 인정할 수 없다. 이후에도 이들이 행사장과 같은 공공장소에 모일 경우 경찰력을 총동원했고, 현재 수원시에서는 조직폭력배가 도심에서 일반 시민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는 행위는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이외에도 수원중부서는 범죄 대응력을 강화하기 위해 전국 최초로 VR 활용 '현장실습센터'를 개소했다. 가정폭력과 흉기난동, 집단폭력, 스토킹 등 관계성 범죄와 아동학대와 같은 범죄 현장을 VR 기술로 생성해 직원들이 훈련하는 등 다방면으로 활용하고 있다.
수원중부서는 단순 112 사건부터 신종 사기나 마약 등 범죄에도 경찰력을 아끼지 않고 강력 대응하고 있다. 지난 7월 태국 및 베트남 마약조직과 연계해 마약을 몸에 숨겨 국내에 밀반입해 유통한 밀수 및 판매사범, 투약사범 등 총 86명을 약 1년에 걸친 수사 끝에 검거하고 이중 34명을 구속했다. 또 유통업에 필요한 자금에 투자하면 3배 수익을 보장한다며 피해자 119명을 속여 약 20억 원을 편취한 업체 대표도 체포해냈다. 수원중부서는 앞으로도 수원 시민들이 평온한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크고 작은 모든 사건에 엄중히 대처할 것이다.

◆ 앞으로 경찰서장으로서 어떤 치안 활동을 펼치겠는가.
최근 들어 발생하고 있는 보이스피싱과 스미싱 등 신종사기범죄의 경우 시민들이 범죄 수법과 대응법을 인지한다면 대부분 막을 수 있다. 때문에 남은 임기 동안 경찰의 활동을 시민들에게 널리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하려 한다. 이는 단순히 경찰의 성과를 홍보하는 것이 아닌, 경찰이 대응한 범죄 사례를 공유해 시민들이 사전에 대처할 수 있도록 범죄 예방 능력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아울러 수원중부서 직원들의 자녀가 경찰관인 부모를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경찰 조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 과거 경찰이 시민들에게 신뢰받지 못하고 각종 비판과 질타를 받은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경찰 조직을 개선해 시민에게 사랑받는 경찰, 나아가 경찰관의 자녀들도 자랑스러운 부모를 따라 경찰의 길을 걷는 떳떳한 경찰을 만들어가려 한다.
[ 경기신문 = 박진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