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년 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석유류 가격이 하락하면서 전체 물가를 끌어내린 영향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두 달째 1%대를 유지하는 중이다.
다만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무 등 채소류의 가격은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경기지역 또한 전체 소비자물가는 둔화했지만 채소 가격은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통계청이 5일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10월 소비자물가 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3% 오르며 2021년 1월(0.9%) 이후 3년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4월(2.9%) 3% 아래로 내려온 뒤 5개월 연속 2%대를 기록하며 둔화 흐름을 이어갔다. 9월 들어 1.6%를 기록한 이후 두 달 연속 1%대를 이어가고 있다.
석유류 가격이 15개월 만에 최대 하락폭(-10.9%)을 기록하면서 전체 물가를 0.46%포인트(p) 끌어내렸다. 경유 가격이 1년 전에 비해 16.1%나 급락했고, 휘발유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0.6% 하락했다.
농·축·수산물 물가는 1.2% 올라 전체 물가를 0.1%p 끌어올렸다. 쌀 가격은 8.7% 떨어지면서 작년 1월(-9.3%) 이후 21개월만에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다. 사과(-20%), 포도(-6.5%) 등 과일류 가격도 안정세가 이어졌다.
반면 올해 여름 폭염으로 인해 작황이 부진했던 채소류의 물가는 여전히 높았다. 지난달 채소류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15.6% 오르면서 2022년 10월(22.1%)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김장 재료인 배추(51.5%), 무(52.1%) 등 채소는 50% 넘게 뛰었고 상추도 49.3% 올랐다.
서비스물가는 1년 전보다 2.1% 올랐다. 특히 외식이 포함된 '개인서비스 물가'가 2.9% 상승하며 전체 물가에 0.96%p 상승요인으로 작용했다.
'밥상 물가'와 관련 있는 신선식품 지수는 1.6% 오르며 1%대로 내려앉았다. 체감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 지수 상승률도 1.2%를 기록해 둔화 흐름을 이어갔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 상승률은 1.8%를 기록해 전월보다 0.2%p 낮아졌다.
경기지역의 물가도 전국과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경인지방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도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1.4% 오르며 2021년 2월 이후 3년 8개월만에 최저 상승률울 기록했다. 생활물가지수 또한 1년 전보다 1.3% 오르면서 둔화 흐름을 이어갔다.
다만 신선채소가 1년 전에 비해 16.4% 오르면서 신선식품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9% 올랐다. 구체적으로 보면 상추(59.9%), 배추(46.6%), 무(48.5%) 등의 가격이 크게 올랐다. 쌀값은 1년 전보다 10.4% 떨어졌다.
한국은행은 물가 안정의 기반이 견고해지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연말에는 2%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물가가 이례적으로 높았던 것에 대한 기저효과 등으로 인해 향후 물가상승률이 다소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낮아진 것은 석유류 및 농산물 가격 둔화와 지난해 기저효과에 상당 부분 기인하며 이 외에 낮은 수요압력에 따른 근원물가 둔화도 일부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지난해말 유가하락에 따른 기저효과, 유류세 인하율 축소조치 등으로 물가상승률이 다소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향후 물가 경로는 근원물가가 2% 부근에서 안정된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소비자물가도 연말로 갈수록 2%에 근접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