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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경의 사소한 발견] 로제의 아파트와 윤수일의 아파트

 

지난 10월 한 달 동안 필자는 뉴욕을 다녀왔다. 뉴욕을 처음 방문한 것은 약 20년 전 미국의 한인회사의 의뢰로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개발을 위하여 파견근무를 할 때였다. 이미 20년 전에도 IT기술 분야에서 한국이 두각을 나타냈지만 한국의 인지도는 무척 낮았다. 20년 동안 K-POP을 시작으로 K-Drama, K-Movie, K-Food 등 K-Culture가 세계인들에게 초미의 관심의 대상이 된 지금은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괜히 친한 척하는 미국인들이 많아졌다.

 

뉴욕에 있는 동안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과 로제와 브로노 마스가 부른 '아파트' 열풍에 대한 소식을 듣게 되니 과연 K-컬쳐의 존재감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이 곡은 뮤직비디오가 유투브에 공개된 지 12일만에 2억뷰를 달성하고 여러 나라의 음원 차트의 1위를 석권하더니 드디어 빌보드 싱글 핫 100의 8위와 글로벌 1위를 이루었다.

 

들어보니 과연 중독성이 있고 저절로 어깨가 들썩거린다. 영어 Apartment가 아니라 ‘아파트’는 각 음절을 명확하게 발음해야 하는 단어로 이제는 완전히 한국어가 되어버린 외래어이다. 그것을 좋은 영어발음으로 읽지 않고 그냥 한국발음으로 부른 소절들은 한번 들으면 하루종일 흥얼거리게 된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임을 입증한 것 같아 은근히 자랑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로제의 ‘아파트’가 한국의 술문화를 대변하는 게임으로 소개가 되니 단지 한 곡의 K-POP을 넘어 한국 문화를 전달하는 것이니 외국인들에게는 더욱 흥미로운 소재거리가 된 것 같다.

 

로제의 '아파트'와 더불어 20년전의 윤수일의 '아파트'도 함께 뜨고 있어서 신축 아파트가 구축 아파트를 살렸다는 말도 나오고 두 곡을 교묘하게 믹스한 동영상 버전도 유투브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20년전 윤수일의 아파트는 쓸쓸한 아파트이고, 로제의 아파트는 즐거운 아파트이다. 이는 노래 가사의 부분적 해석으로 논란의 삼지 않고 전체적인 맥락에서 본 필자의 생각이다.

 

아파트는 한국에서 50% 이상을 차지하는 대표적인 주거형태이다. 그만큼 일상적이고 중요한 공간이며 어느 나라보다 기능적으로 건축적으로 발전을 거듭하였다. 미국이나 유럽의 100년 이상된 아파트들의 개성있는 디자인에 비하여 우리나라의 아파트는 디자인이 천편일률적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아파트는 비교적 짧은 주기로 재건축을 하기 때문에 AI 기능이나 홈오토메이션이 가능한 첨단시설을 갖춘 곳도 많아서 외국인들이 보면 감탄을 한다.

 

그러나 구축이든 신축이든 아파트의 진정한 가치는 재화적인 프리미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사람들이 존재하는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윤수일의 아파트처럼 쓸쓸하고 힘들 때에는 휴식과 위로를 주는 고요한 공간이라면, 그리고 로제의 아파트처럼 친구들이 모여서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곳이라면 그 아파트에 누구나 살고 싶어질 것이다.(층간소음이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독자분들은 지금 어떤 아파트에 살고 계시는지 아파트 노래를 들으며 생각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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