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지주계열 생명보험사들이 요양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선정하고 관련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초고령화사회 진입을 앞두고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것에 비해 관련 서비스 공급 속도가 더뎌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사업 진출을 위해서는 자본력이 뒷받침돼야 하는 만큼,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요양산업을 공략하려는 대형 생보사들의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생명은 최근 이사회를 통해 요양사업 관련 자회사 설립 안건을 의결했다. 새로 설립될 자회사를 통해 내년 하반기 중으로 주간보호 사업을 개시하고, 2026년 하반기 중으로 서울 인근에 프리미엄급 요양시설을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하나생명은 KB라이프생명, 신한라이프에 이어 금융지주계열 생보사 중 세 번째로 요양산업에 진출하게 됐다.
KB라이프생명은 지난해 10월 KB손해보험으로부터 KB골든라이프케어를 인수하며 요양산업 시장 개척에 나섰다. 이후 같은 해 12월 서울 평창동에 첫 실버타운 평창 카운티를 개소한 이후 위례빌리지와 서초빌리지까지 총 3곳을 운영 중이다. 내년 중으로 은평·광교·강동 등 3개 지역에 도심형 요양시설을 추가로 선보일 예정이다.
신한라이프는 올해 1월 헬스케어 자회사 신한큐브온을 요양사업 관련 자회사인 신한라이프케어로 전환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달 초 성남시 분당구 이매동에 주간보호 시설 '분당데이케어센터'의 문을 열었으며, 내년과 2027년 경기 하남시, 서울 은평구에 도심형 요양시설과 실버타운을 추가로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다른 생보사들도 요양산업 진출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다. 교보생명 또한 지난달 자회사 '교보 다솜케어'를 설립하고 요양사업을 아우르는 헬스케어 사업을 시작했다. 올해 보험연구원이 진행한 보험사 CEO(최고경영자)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41.2%가 내년 신사업 우선순위로 '간병·요양서비스'를 꼽았다.
이처럼 생보업계가 요양산업 공략에 나서는 것은 급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로 인해 관련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주민등록 인구는 1015만 6152명으로 전체 주민등록인구(5123만 8450명)의 19.82%다.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인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코앞에 두고 있는 셈이다.
특히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수요에 비해 아직 관련 서비스는 부족한 상황이라 성장 잠재력은 충분하다. 도내 운영 중인 10곳의 공립노인요양시설 모두 정원이 다 차 추가 인원을 받을 수 없다. 또한 금융지주 입장에서는 은행 등 그룹 내 타 계열사의 시니어 서비스와 연계해 시너지를 일으키며 비이자이익을 확보할 수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요양시설 입소 대기자는 수백, 수천명에 이르고,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앞으로 요양서비스 관련 니즈는 더욱 커질 것”이라며 “보험업과 시너지가 날 수 영역이기에 지주들이 보험사를 통해 진출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요양산업은 현행법상 사업 주체가 토지 직접 소유해야 해 초기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편이다. 업계에서는 수도권 요양시설 운영을 위해 필요한 초기 자금을 대략 500억~600억 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장기 계획을 기반으로 사업 진출을 검토해야 하는 만큼, 자본력을 갖춘 대형 생보사들 사이의 선점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생명보험사가 요양사업을 검토하고 있지만 초기에 큰 자금이 필요해 진입장벽이 높은 건 사실”이라며 “이미 요양시설에 대한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실정인데 보험사가 중장기적인 신사업으로 보고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