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에도 대출 긴축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특히 은행권의 가계대출 계획이 '리셋'되는 연초에도 대출 문턱은 쉽게 낮아지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특정 시기에 쏠리지 않도록 연초부터 고삐를 강하게 조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해 가계대출 목표치를 넘긴 은행들이 불이익을 받으며 공급 한도가 줄어들고, 강도 높은 규제도 도입될 예정이라 차주들의 어려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최근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포함한 내년도 경영 관리 계획을 금융당국에 제출했다. 대부분은 올해 말 가계대출 잔액 대비 2~3% 정도 늘어난 수준의 목표치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은 은행이 제출한 계획을 바탕으로 은행과 논의하며 목표치를 조율해나갈 예정이다. 정부는 내년에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이내에서 가계대출 증가세를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보수적인 기조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달 초 임원회의에서 “내년에도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점진적으로 하향 안정화될 수 있도록 전 금융권 가계대출 관리계획을 면밀히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금감원은 이례적으로 시중은행장들을 긴급 소집해 간담회를 열고 내년 가계대출 관련 경영계획을 엄격히 세워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당국은 조율 과정에서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월별, 분기별로 각각 설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1년치 가계대출을 상반기에 모두 사용한 후 뒤늦게 대출을 막는 관행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에서다. 다만 정책대출 등 다른 부처와의 협의가 필요해 해당 방안이 확정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내년 가계대출 공급 규모는 올해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특히 금융당국이 증가세를 고르게 분산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만큼, 내년 1월이 되더라도 대출 여력이 크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들이 올해 초 제출한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연말까지 맞출지도 관건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목표치를 맞추지 못하는 은행에게 내년 계획 수립 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축소하는 패널티를 부여하기로 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중 4곳의 증가율은 지난 8월 이미 연간 목표치의 150%를 초과했다.
게다가 내년부터는 스트레스 DSR 3단계 규제가 적용될 예정이라 차주들의 대출 한도는 더욱 줄어들 수 있다. 3단계 도입 시 기본 스트레스금리의 반영비율이 100%로 늘어나고 규제 적용 대상도 2금융권의 모든 대출로 확대된다. 내년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지만 가계대출 증가세가 잡히지 않을 경우 조기에 규제가 도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보통 가계대출 관리 계획이 새로 수립되는 연초에는 비교적 대출 공급이 수월해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지만, 내년 상황은 다를 수 있다"며 "올해 은행들이 대출 관리에 애를 먹었고, 선제적인 관리 기조가 예상되는 만큼 대출 문턱이 쉽게 낮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