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권의 점포 폐쇄를 두고 금융접근성 보장 책무에 대해 충분히 고민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지적했다. 비용절감을 위해 오프라인 채널을 축소해 온 은행권은 영업시간을 늘리고, 금융소외계층을 위한 특화점포를 운영하며 고객과의 접점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원장은 지난 26일 '금융접근성 제고를 위한 금융권 공감의 장' 행사에서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비대면 거래가 일상이 된 가운데 비용절감이 기업경영의 중요한 화두로 부각됐다"며 "금융권도 디지털 전환과 비용 절감에 집중하며 물리적인 점포 등은 축소하는 경향을 보여왔다"고 꼬집었다. 소비자들의 금융서비스 접근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금융산업의 당연한 책무인데, 이에 대한 고민이 소홀했다는 것.
이 원장의 지적처럼 지난 몇년간 비대면 금융이 확대되면서 은행들은 영업점을 줄여 왔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국내은행 점포는 총 5690개로, 지난 5년간 총 1189개(수도권 708개·비수도권 481개)의 은행 점포가 문을 닫았다. 이 중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비중은 69%다.
다만 최근 들어 은행들은 점심시간이나 퇴근 후에도 은행업무를 볼 수 있도록 영업시간을 늘린 점포를 추가하거나 금융소외계층인 고령층이나 외국인 고객을 위한 특화 점포를 개설하는 등 대면영업을 확대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신한은행은 최근 오후 8시까지 문을 여는 '이브닝플러스' 채널을 9곳에서 20곳으로 확대했으며 토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은행업무를 볼 수 있는 '토요일플러스' 도입 점포도 3곳으로 늘렸다. 국민은행 또한 오후 6시까지 은행업무를 볼 수 있는 'KB 9to6 뱅크'를 82개로 늘렸으며, 점심시간(오후 12~1시) 동안 개인종합창구의 모든 직원이 근무하는 '점심시간 집중상담' 서비스 시행 지점도 5곳에서 41곳으로 확대했다.
하나은행은 지난 9월 경기도 평택에 외국인 고객 특화 점포인 '평택외국인센터점'의 문을 열었다. 해당 지점에서는 인공지능(AI) 기반의 실시간 통번역 시스템을 제공하며 외국인 고객의 거래 편의성을 높였다. 우리은행의 경우 고령층의 이용편의성을 높인 특화점포 '시니어플러스'를 운영 중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일반점포가 줄어들면서 생기는 문제 중 하나인 소비자의 접근성, 편의성 제고를 위해 퇴근 이후나 주말에도 은행업무를 볼 수 있는 채널이 늘어나고 있다"며 "인터넷은행 등과의 경쟁에서 유리한 면도 있어 특화점포는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