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들과 만나 은행권에 단기성과주의와 온정주의 문화가 만연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사회의 경영진에 대한 감시·견제 기능을 활성화하고 책무구조도 시행 등을 통해 견고한 내부통제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원장은 28일 오전 국내 8개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BNK·DGB·JB) 이사회 의장들과 정례 간담회를 갖고 그간 감독·검사과정에서 파악한 경영상 취약점을 공유하고, 당면한 금융권의 현안에 대해 심도깊게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이 원장은 은행권이 중장기 경영전략이나 혁신에 대한 노력 없이 단기성과를 올리는 데 집중해 온 측면이 있다며 ▲고위험 금융투자상품 판매 ▲부동산, 담보·보증서 대출 위주의 여신운용 ▲점포·인력축소 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이사회의 감시·견제 기능이 미흡하다는 점도 취약점으로 꼽았다.
그는 "고객 자산관리, 자산운용, 금융포용 등 장기적이고 일관된 혁신 노력을 기울이기보다 비용절감 등 손쉬운 방법으로 단기성과를 올리는 데 집중해왔다"며 "고객 보호와 내부 통제 기능이 약화되고 이익규모에 걸맞는 사회적 역할 이행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대외적 비판도 계속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해외진출, 자회사 인수 등 경영상 중요한 의사결정이나 업무집행 과정에서 이사회의 감독기능이 미흡하게 작동될 경우 회사의 리스크관리·내부통제 기능이 형식화되고 경영진 권한집중 및 단기실적 위주의 경영관행이 공고화될 수 있어 우려스럽다"며 "지난해부터 지속해 온 지배구조 선진화 노력 취지에 맞춰 경영진에 대한 감시·견제 강화라는 이사회 본연의 기능을 강화해달라"고 당부했다.
또한 온정주의로 인해 금융사고가 반복되고 있다며 '준법의식·신상필벌' 중심의 조직문화를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금융회사 내 아직도 온정주의적 조직문화가 광범위하게 존재하며, 이는 구성원의 윤리의식 저하를 통해 금융사고를 지속시키는 원인이 된다"면서 "반복되는 위규행위에 대한 징계를 강화하고 귀책직원에 대한 엄정한 양정기준을 적용하는 등 준법의식·신상필벌을 강조하는 조직문화를 확립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한 내년 금융지주가 당면한 현안으로는 ▲경제·금융환경 불확실성에 대비한 경영전략 수립 ▲금융지주 책무구조도 시행 등 내부통제 강화 ▲자율적인 상생금융·사회공헌 노력 등을 지목했다.
그는 "지주별 상황에 맞는 중장기 경영계획 수립과 함께 잠재리스크에도 철저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그룹 경영계획 심의시 자회사별 리스크 익스포져 관리, 조달·운용, 자본계획 등의 적정성을 면밀히 살펴봐 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가계대출 관리를 철저히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원장은 "그룹 차원의 가계대출 취급계획이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이내에서 자회사 리스크·자본관리 계획을 고려해 수립돼야 한다”며 "풍선효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2금융권 관리계획도 함께 점검해달라”고 언급했다. 이와 더불어 잠재리스크 현실화에 따른 중소기업·소상공인 자금공급 위축에 대비해 은행의 손실흡수능력을 확충해 달라고도 했다.
책무구조도 시행에 따라 그룹 전체 내부통제의 총괄 책임자인 지주 회장의 역할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이 원장은 "내부통제의 실효적 작동을 위해 지주회장이 책임 의식을 가지고 총괄책임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이사회에서 적극적인 감시·견제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며 "내부통제 지출을 투자 관점에서 바라보고 관련 인적·물적자원 투자 등을 통한 자회사 내부통제 업그레이드에 관심을 가져 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은행권 여신 프로세스 개선사항의 안착 및 임원 친인척 특혜대출 방지를 위한 내부통제 개선방안 마련 등에 대해서도 지주 차원에서 함께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의혹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사회 의장들은 이같은 감독당국의 인식에 공감의 뜻을 전했다. 이들은 "미래지향적인 중장기 전략과 혁신노력 등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성장동력 확보에 보다 힘을 기울이겠다"며 "지배구조 최정점으로서 이사회가 은행지주의 건전하고 올바른 성장을 견인하기 위해 감시·견제의 역할에도 충실하겠다"고 답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