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우리은행장 후보로 최종 선정된 정진완 중소기업그룹 부행장(이하 내정자)이 고객 신뢰 회복을 강조하며 직원들의 업무 부담을 낮춰 내부통제를 강화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또한 중소기업 영업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며 '기업금융 명가' 재건에 대한 의지도 밝혔다.

정진완 내정자는 2일 오전 서울 중구 본사에서 출근길 취재진과 만나 "어려운 상황에도 믿고 뽑아 준 주주, 앞으로도 믿고 함께 일할 동료들, 우리가 열심히 해서 지금까지 못했던 고객 신뢰, 고객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며 소감을 전했다.

그는 가장 먼저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사태로 인해 거론되고 있는 내부통제 개선안에 대해 언급했다. 정 내정자는 "은행 생활 30년 중 26년을 영업점에서 보냈다"면서 "직원들이 업무 부담보다 내부통제를 우선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게 우선 요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은행도 이론적으론 내부통제 시스템이 우수하고 잘 돼 있는 부분도 있는데, 이것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며 "직원들이 일을 할 때 과부하가 걸리는 부분을 덜어내서 내부통제를 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일-상업은행 출신 간 갈등 등 계파 갈등 해소방안을 묻는 말엔 "한일은행 출신이지만 (입행) 2년 반 만에 (한빛은행으로) 합병됐다. 2년 반이면 (과거의 문화를) 잘 모른다"며 "저는 영업을 주로 해 온 만큼 일 잘하는 사람을 쓰지, 그런 것(계파)은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직 쇄신과 관련해서는 '고객'을 최우선에 두겠다고 밝혔다. 정 내정자는 "업무 중심으로 배치된 조직을 고객 중심으로 변화시키려고 한다"면서 "서비스를 하는 은행의 기업가치는 (고객인 만큼) 고객 중심으로 (조직이) 편제돼야 한다"고 했다.

정 내정자는 우리은행의 성장을 위한 주안점으로 "직원들에 대한 교육을 통한 직원 사기 진작"을 꼽았다. 그는 "우리은행의 가장 큰 경쟁력은 우리 직원들"이라면서 "지금은 직원들이 우왕좌왕하지만 조만간 잘 이겨내고 저와 함께 고객을 위해서 충분히 일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부연했다.

기업금융 분야에서 굵직한 경력을 쌓은 만큼, 기업금융을 중심으로 은행의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정 내정자는 "우리은행은 조선 상인들을 위해 탄생한 은행"이라며 "우리나라처럼 수출입이 많고 자원이 없는 나라에서 수출입을 강력하게 가져가려면 직원들이 기업, 개인사업자 등 개인금융에 집중해야 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핵심성과지표(KPI) 제도와 관련한 고민도 드러냈다. 그는 "(우리은행이) 자본력이 약한 편이고, 그런 만큼 이익을 많이 내고 주주가치를 높여야 하다 보니 실적 베이스인 상대평가를 실시해 왔다"며 "그러나 은행업의 본질은 고객 감동인 만큼, 이를 잘하는 부분으로도 (평가를) 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과 평소 가깝게 지냈는지 묻는 질문에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앞으로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고 예고했다. 정 내정자는 임 회장이 런던 재경관으로 재직하던 시기 우리은행 런던지점에서 근무해 개인적인 연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내정자는 "임 회장은 금융 분야에선 국내 톱 클래스의 식견을 갖고 있고, 저는 영업만 30년을 해 온 만큼 은행, 특히 중소기업 영업 분야의 톱 클래스"라며 "한 분야에서 (여러 분야로 영역을) 넓히는 데서는 자문을 많이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