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가 정치에 관심이 엄청 많진 않아서요….”
12·3 계엄 사태 이후 정국에 대한 견해를 묻는 본지 인터뷰(관련 기사: 2025.01.05. “끝까지 국민 기만, 역겹다”…관저 속 尹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에서 다수 시민은 내용을 잘 모른다고 답하거나 답변 자체를 꺼리는 ‘먹사니즘’을 보였다.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입을 통해 민생주의, 실용주의로 통용되는 먹사니즘은 본래 먹고 사느라 바빠서 정치에 관심을 갖지 못하거나 생업에 불이익이 될까 우려해 국가적 상황과 정쟁에 대한 비판을 피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이런 먹사니즘 표심은 표면상 중도층으로 비춰지는데 국민의힘과 민주당 지지율이 오차범위 내로 좁혀지면서 이들 민심이 정권유지-교체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이 당적보다 자국민 입장에서 민생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여겨진 영향이 컸다는 평가도 나오면서 국내 정치인들도 앞 다퉈 민생을 강조하고 있다.
이 대표는 신년 기자회견에서 “탈이념·탈진영의 현실적 실용주의가 위기 극복과 성장 발전의 동력”이라며 “이제 회복과 성장이 이 시대의 가장 다급하고 중대한 과제”라고 밝혔다.
탈이념·탈진영 언급은 이 대표의 민생정책이 번번이 정쟁에 막히는 구도에 피로감을 느끼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찬성하면서도 제3자를 찾는 표심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중도층 지지 정치인으로 꼽히는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지사라는 입지를 활용해 민생정책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투자유치, 산단 개발 등 거시적인 산업정책을 추진해온 김 지사는 즉각적인 성과를 내지 못해 정권교체로 끝을 낸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처럼 당장의 성과가 없다는 것이 약점이다.
최근에는 신년기자간담회를 설렁탕집에서 열거나 치킨·생선구이집 자영업자들을 만나 금융민원 상담에 나서는 등 민생현장 속으로 들어가는 행보로 약점을 보완하고 있다.
설날 연휴를 앞두고선 취약계층 거주 환경을 점검하는 등 실제 먹고 사는 현장을 둘러보는 동시에 SNS에서는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 메시지를 내는 ‘투트랙’ 전략을 취하고 있다.
당대표직에서 물러나며 전통적 보수 색깔이 빠진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트럼프 당선 비결을 국익 추구라고 분석하면서 민생정치를 강조한 바 있다.
한 전 대표는 보수층에서의 ‘배신자’ 낙인을 오히려 중도층으로의 확장 발판 삼아 조기대선에서 존재감을 얻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반대로 전통적 보수층을 결집하고 있는 홍준표 대구시장도 트럼프 2기 출범을 맞아 워싱턴을 방문한 데 이어 경제·안보 메시지를 내고 있다.
홍 시장은 “지난 대선 후 2년 반 동안 윤통과 이재명은 나랏일은 뒷전이었기 때문에 국민 생활은 갈수록 피폐해졌다. 트럼프 2기, 북핵 고도화 등 엄중한 안보 상황도 초래했다”고 했다.
그는 “나라가 안팎으로 위기인데 아직도 우리는 내부 분쟁으로 허송세월을 보내는 것이 안타깝다”며 “적대적 공생관계인 지금의 여야관계를 청산해야 새로운 시대를 맞는다”고 밝혔다.
김동연 지사와 함께 이 대표 대항마로 불리는 김경수 전 지사는 “한 사람이나 한 사고의 독주를 허용하지 않는 다원주의를 지향하면서 폭력적 언행을 용납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민주당 포함 민주개혁 세력이 여론을 압도하지 못하고 있다”며 “말로만 민생, 민주, 경제에 집중하고 외친다고 국민 마음이 열리진 않을 것”이라고 중도층을 의식한 발언을 내놨다.
[ 경기신문 = 이유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