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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정원, 에덴의 정치학'

초원의 능선 위를 거닐며 한가로이 풀을 뜯는 양들이 보이고 눈을 돌리면 호수 언저리에 오랜 이야기가 담긴 듯한 다리가 놓여 있는 풍경화같은 정경… 이것이 영국 풍경식 정원이다.
그러나 이 풍경식 정원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이념과 정치적 내막이 기계를 작동시키는 부품처럼 복잡하게 조합되어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일본 히로시마 대학 교수로 인문학자인 안자이 신이치가 영국의 풍경식 정원의 탄생과 발전에 대해 명쾌한 미학 담론서 '신의 정원, 에덴의 정치학'(성균관대 출판부 刊)을 펴냈다.
저자에 따르면 영국 풍경식 정원의 조성은 우리의 1960년대 새마을 운동과 같은 것으로 전 국토의 낙원화라는 기치를 내걸고 전 영토를 정원으로 만들기 위해 실시한 공공적 사업이었다.
국가적 사업을 리드한 것도 토지를 소유하고 있었던 상류층 부르주아를 포함한 엘리트층 지주들이었다.
하지만 토지의 개량과 광대한 정원의 조성은 전통적 농촌 파괴와 자연과 인간의 괴리, 노동자의 착취를 은폐하는 수단으로 전락하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낙원을 모든 인간과 자연을 향해 개방한다는 모토가 겉보기에는 그럴싸하지만 내부에는 각종 기계문명과 이에 얽매여 사는 하층계급의 노동 현장에 대한 은폐가 숨어 있다는 것.
따라서 저자는 인간 정신의 감식안을 하찮은 속임수로 속이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원죄로 인해 에덴으로부터 쫓겨나 영원히 낙원을 꿈꾸며 살아가는 인간의 현 실존을 정원이라는 공간적 배경 속에 통시적으로 역사와 정치, 철학으로 풀어냈다.
이 책은 또 지금까지 조경사 분야에서 등한시된 정원 문화를 이론적으로 흥미롭게 전개하는 한편 조경 이론서의 테두리를 뛰어넘어 영국 풍경식 정원과 관련된 철학자의 사상, 당시의 사회·경제적 상황을 엿볼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특히 영국 농경시에 이르기까지 놀라운 식견을 발휘해 이론들을 묶고, 그 연관성 속에서 풍경식 정원과 미학이론간 관계를 명쾌하게 이끌어내 풍부한 읽을거리를 제공한다.
영국 풍경식 정원의 이면에 가려진 문제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점이 있다.
주차장을 땅 속으로 숨기고 고층 아파트를 지으면서 그 위에 흙을 덮어 나무를 심고 개울을 파는 것이 과연 낙원이 될 수 있을지, 혹은 놀이기구를 잔뜩 만들고 동물들을 잡아다 보이지 않는 우리 속에 가두어 둔 자연농원이 우리의 정원이 될 수 있을지 묻고 있다.
김용기·최종희 옮김, 332쪽,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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