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N2K(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크래프톤·카카오게임즈) 강세였던 한국 게임 시장 지형이 지난해 NK(넥슨·크래프톤) 구도로 재편됐다. 글로벌 공략 여부와 IP파워가 게임사들의 희비를 갈랐다.
넥슨과 크래프톤은 자사 흥행 IP를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내면서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유명 IP를 기반으로 흥행에 성공한 넷마블 역시 턴어라운드에 성공하며 성장세를 보였다.
넥슨은 지난해 국내 게임사 중 최초로 연 매출 4조 원을 넘겼다. 넥슨은 2024년 매출 4462억 엔(약 4조 2032억 원), 영업이익 1242억 엔(약 1조 1157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5월 중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이 현지에서 대흥행한 덕분이다.
센서타워에 따르면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은 중국 서비스를 진행한 7개월 동안 넥슨에게 10억 6200만 달러(한화 약 1조 5200억 원)을 벌어다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영향으로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지식재산권(IP) 매출은 전년 대비 53% 증가했다. 여기에 루트슈터 장르 신작 ’퍼스트 디센던트‘도 서구권을 중심으로 흥행하며 힘을 보탰다.
이정헌 넥슨 대표는 "중국에서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의 성공적인 출시와 '퍼스트 디센던트'의 글로벌 출시에 힘입어 기록적인 매출을 달성했다"며 "영업이익 감소는 향후 IP 포트폴리오 강화와 성장을 주도하기 위한 지속적인 투자를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넥슨은 올해에도 '퍼스트 버서커: 카잔', '마비노기 모바일' 등 굵직한 신작 출시를 예정하고 있다. 이를 통해 오는 2027년 매출 7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크래프톤 역시 '배틀그라운드' IP 흥행에 힘입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매출 2조 7098억 원, 영업이익 1조 1825억 원을 냈다. 전년 대비 매출 41.8%, 영업이익 54% 성장한 수치다.
배틀그라운드 IP는 지난 5년간 매출 연평균 성장률 20%를 보여줄 만큼 크래프톤의 '매출 효자'로 자리잡았다. 또 인도에 출시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디아(BGMI)가 현지에서 국민 게임으로 자리잡으며 크래프톤의 실적을 끌어올렸다.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를 잇는 '빅 프랜차이즈 IP' 확보를 위해 공격적인 제작·투자를 진행한다. 올해 인생 시뮬레이션 신작 '인조이' 얼리액세스 출시를 앞두고 있다. 꾸준한 신작 발굴 및 게임사 투자, AI 연구개발 등을 통해 김창한 대표는 "계단식 성장으로 향후 5년 내 전사 매출 7조원, 기업가치 2배를 달성하겠다"는 중장기 목표를 밝혔다.

넷마블은 지난해 연 매출 2조 6638억 원, 영업이익 2156억 원을 기록했다. 3년 만에 이뤄낸 흑자 전환이다.
넷마블의 턴어라운드는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나혼렙)'의 흥행이 주효했다. 나혼렙은 동명의 웹툰 IP를 기반으로 한 액션 RPG로, 두터운 팬덤에 힘입어 글로벌 흥행에 성공했다. 뿐만 아니라 '마블 콘테스트 오브 챔피언스' 등 해외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게임들이 넷마블의 실적을 뒷받침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지난해 넷마블의 전체 매출 중 해외 비중이 83%에 달했다. 권역별 매출을 살펴보면 ▲북미 46% ▲한국 17% ▲유럽 15% ▲동남아시아 9% ▲일본 6%인 것으로 집계됐다.
넷마블은 올해에도 경쟁력 있는 다양한 신작으로 재도약을 이루겠다는 의지다. 넷마블은 올해 상반기 ▲RF 온라인 넥스트 ▲세븐나이츠 리버스 ▲왕좌의 게임: 킹스로드 ▲킹 오브 파이터 AFK’의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어 연내 ▲일곱 개의 대죄: Origin(오리진) ▲The RED(더 레드): 피의 계승자 ▲몬길: STAR DIVE(스타 다이브) ▲프로젝트 (SOL) ▲나 혼자만 레벨업:ARISE(어라이즈) 스팀 버전까지 총 9종의 신작을 선보일 예정이다.
권영식 넷마블 대표는 "회사의 '장르 다양화', '플랫폼 다변화', '글로벌 중심의 서비스' 방향성은 변함없이 유지를 해 나가고 있다"며 "올해는 기대 신작들을 중심으로 '재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공고히 만들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지난해 흥행 신작 배출에 난항을 겪은 엔씨소프트와 카카오게임즈는 다소 우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매출 1조 5781억 원, 영업손실 1092억 원을 기록했다. 주요 캐시카우였던 리니지 시리즈 매출이 하락세를 보였고 신작 성적이 부진하면서 상장 이후 첫 연간 적자를 기록했다. 카카오게임즈도 지난해 매출 7388억 원, 영업이익 65억 원을 기록하며 간신히 연간 적자를 면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27.9% 감소했다.
엔씨소프트와 카카오게임즈는 올해 다수의 신작을 선보이면서 반등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먼저 엔씨소프트는 MMORPG '아이온2'를 시장에 선보인다. 국내 시장에 선출시한 뒤 글로벌 시장으로 무대를 넓힌다.
박병무 엔씨소프트 대표는 지난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아이온2는 한국과 대만 이용자에게 적합하면서도 글로벌 시장에 맞는 콘텐츠와 게임으로 개발했다”며 “올해 한국과 대만에 먼저 출시한 후 북미와 유럽에서 현지 맞춤형으로 조정해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카카오게임즈는 올해 다양한 장르의 신작을 두루 선보일 예정이다. 오픈월드 RPG '크로노 오디세이', 액션 로그라이트 슈터 '섹션 13' 등이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
조혁민 카카오게임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각 국가별 전체 매출 비중과 규모를 늘려가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며 “PC와 콘솔은 메인 시장을 서구권으로 보고 있다. 서구권에서 성공한 게임은 글로벌 성과를 기대할 수 있고, 특화 장르를 중비해 테스트를 거쳐 시장에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 경기신문 = 이효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