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괴롭힘의 대상이 돼선 안 됩니다.”
고등학생인 A군은 장애인 등록을 하지 않았지만 오른쪽 귀는 청력이 거의 없고, 양쪽 모두 보청기를 사용하고 있는 청력장애와 지적자폐성장애를 함께 가진 중복장애학생이다.
지난 2022년 계양구의 한 중학교에 입학한 A군은 같은 반인 B군에게 지속적인 괴롭힘과 조롱, 폭행을 당해 왔다.
2·3학년으로 진급하며 다른 반으로 분리됐지만, 피해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급식실 등 공용 공간에서 B군을 마주쳤기 때문이다.
결국 A군은 B군을 피해 대부분의 시간을 특수학급에 머무르면서 스스로 격리되는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교육 당국의 미흡한 조치는 더 큰 사건을 야기했다.
지난해 11월 21일 B군 등 동급생 6명이 A군을 조롱하며 괴롭히고, 그 모습을 촬영한 영상까지 유포한 사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관련 조사는 특수교육대상자임에도 특수교육 전문가 없이 진행됐다.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에는 장애학생의 진술기회 확보를 위해 특수교육 전문가가 사안조사에 참여하도록 안내돼 있다.
결국 가해 학생들은 인천북부교육지원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 넘겨졌으나, 징계를 받지 않았다.
처분에 불복한 A군의 부모는 지난 15일 인천시교육청에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현재 계양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한 상태이며, 다음 주 중 탄원서도 낼 계획이다.
이에 대해 A군의 아버지는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는 “낙인을 찍는 느낌이라 장애인 등록을 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후회하고 있다. 현재 등록 신청을 했고 병원 진료도 예약해 둔 상태다”며 “장애 유치원을 다녔고 특수학급에 배정된 아이였다. 등록되지 않았다는 이유가 이번 판정에 영향을 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인천장애인부모연대는 16일 오전 인천시교육청 앞에서 ‘장애학생 학교폭력 사건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 연대는 “인천북부교육지원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는 가해자들의 행위가 중학교 3학년 학생들 사이 일상적으로 있을 수 있는 일이고, 피해자가 괴롭힘당하는 영상을 두고도 명예훼손적 내용이 아니라며 학교폭력이 아니라고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특수교육대상학생에 대한 괴롭힘과 조롱을 정당화하는 것이자 장애아동에 대한 보호를 포기하는 것”이라며 “심의위의 결정은 반드시 취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올해 중학교를 졸업한 A군은 인천을 떠나 충청남도의 한 특수학교에 다니고 있다.
[ 경기신문 / 인천 = 김민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