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폭력 문제가 심화하며 교육 공동체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에 학교 현장과 동떨어진 '추상적' 대책이 아닌 실질적 대처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진다.
경기 지역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학생들이 교육 받고 있는 만큼 학교폭력 발생 건수 역시 많아 대책 마련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9월 경기도교육청이 발표한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초4~고3 학생 112만 6000여 명 중 실제 학교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답변한 학생은 2%, 2만 2520명에 달했다.
이에 도교육청은 지난 17일 신고, 처벌 중심의 학교폭력 예방 교육에서 벗어나 자신을 이해하고 타인과 건강한 관계를 맺는 사회정서 역량 기반 학교폭력 예방 프로젝트를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생활, 예술, 신체 분야 활동으로 건강한 관계 성장을 돕는다는 취지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해당 대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 지역의 한 교사는 "해당 프로젝트의 세부 내용이 대부분 학교 현장에서 이미 추진되고 있는 것들"이라며 "추상적인 내용이 학교 현장에 당장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특히 학교 현장에서는 학생들 간 갈등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만큼 학생들 간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에 주목하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처럼 명확한 학교폭력 예방 교육이 부재한 상황에서 특별한 학생 간 갈등해결 방식으로 눈에 띄는 효과를 이끌어낸 한 학교가 눈길을 끌고 있다.
연정호 용인초등학교 교장은 지난 2011년도부터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연구해 온 학교폭력 대책 전문가다. 지난해 용인초에 발령된 연 교장은 자신이 연구해 온 학교폭력 예방교육과 갈등해결 방식을 적용해 학교폭력 '0건'이라는 놀라운 변화를 만들었다.
연 교장의 학교폭력 예방 교육이 특별한 이유는 학생들이 '갈등'을 당연한 것으로 인식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 있다.
실제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 학교폭력 가해 학생들은 장난, 상대방의 괴롭힘, 오해와 갈등으로 폭력을 저지른다. 연 교장의 교육은 학생들이 갈등을 지혜롭고 평화롭게 풀어나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폭력으로 번지는 것을 막는 것이 특징이다.

'갈등 해결 학습지'는 바로 갈등 해결 도구가 된다. 다툼이 발생하면 학생들은 학습지를 작성해 담임교사에게 전달한다. 교장실에 방문해 연 교장에게 직접 학습지를 전하기도 한다.
해당 학습지로 인한 효과 역시 한눈에 볼 수 있었다. '피해 회복을 위해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 무조건적인 상대방의 잘못과 사과를 요구하던 학생들은 학습지를 수차례 작성하며 자신 역시 반성하는 모습이었다.

학생들의 생활교육을 위한 '개인 맞춤형 양심 활동지'도 시간이 지날수록 변화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여 줬다.
연 교장은 진정으로 학교폭력 없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간절하고 절실한 마음을 전했다.
그는 "아이들은 얼마든지 바뀌고 변화할 수 있다"며 "학교폭력 처벌도 중요하지만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학생들 간 갈등이 폭력으로 번지지 않도록 근본적인 학생들 간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 교실에서 폭력이 발생하면 담임교사들은 '판사'가 돼 잘못을 따질 수밖에 없다"며 "갈등 해결 학습지는 학생들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설명할 기회를 주기 때문에 문제 해결에 결정적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진심으로 학교폭력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언젠가는 이같은 갈등 해결 방식이 널리 퍼져 모든 학교에 적용돼 고통받는 아이들이 없길 바란다"고 따뜻한 마음을 전했다.
[ 경기신문 = 박민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