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 SK텔레콤이 전국 2600여 개 대리점에서 유심 무료 교체 서비스를 시작한 첫날, 주요 대리점마다 시민들의 발길이 몰리면서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 오전,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에 위치한 한 SKT 대리점 앞에는 이른 아침부터 긴 줄이 늘어섰다. 대기 줄은 대리점이 입주한 건물 로비를 넘어 인근 상가 골목까지 길게 이어졌다. 몇몇 대기 고객들은 작은 접이식 의자나 돗자리를 가져와 앉아 기다릴 정도였다.
수원시 장안구 정자동에 위치한 또 다른 대리점도 마찬가지 상황이었다. 평소에는 한산하던 대리점 내부가 이날만큼은 발 디딜 틈 없이 붐볐고, 일부 대리점 주변에는 차량 정체까지 빚어졌다.
SK텔레콤은 지난 18일 발생한 해킹 공격으로 가입자 유심 정보 유출이 확인되자, 28일부터 전국 대리점에서 유심 무료 교체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날 몰려든 고객들은 유심 정보가 노출된 데 대한 불안감과 함께, 사고 수습 차원의 유심 교체를 위해 발걸음을 옮긴 것이다.
그러나 유심 교체 작업은 순조롭지 못했다. 교체를 희망하는 고객 수에 비해 대리점 직원 수는 턱없이 부족했고, 일부 대리점은 준비된 유심 재고가 오전 중 소진되면서 혼란이 가중됐다. 고객들은 수 시간씩 대기해야 했고, 대리점 직원들은 "물량이 바닥났다"는 말을 반복하며 진땀을 흘려야 했다.
한 대리점 관계자는 분주한 모습으로 "지금 하나도 정신이 없고 인터뷰할 시간도 없다"며 "아침부터 쏟아져 들어온 고객 응대만으로도 숨 돌릴 틈이 없다"고 털어놨다. 그는 "유심 교체는 5분이면 끝나지만, 문의 상담까지 겹쳐서 작업 속도가 더디다"고 덧붙였다.

유심 교체를 마치고 나온 김기복 씨(45)는 분통을 터뜨렸다. "유심을 교체할 수 있다고 해서 대리점을 찾았는데, 실제로는 별다른 공지나 절차 안내도 없고, 시스템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며 "사고는 SK텔레콤이 쳤는데 왜 소비자가 불편을 겪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어 "지금 유심을 바꾼다고 해서 과연 내 정보가 안전해지는 건지, 전혀 안심되지 않는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날 대리점을 방문한 신서영 씨(32) 역시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아침 7시부터 기다렸는데 대기만 몇 시간을 하고, 결국 재고가 없다는 소리만 들었다"며 "왜 사건이 터질 때마다 소비자들이 고생해야 하느냐"고 토로했다. 그는 "대응도 매끄럽지 않고, 기본적인 준비조차 안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현장에서는 한때 작은 소란도 있었다. 일부 대리점에서는 한정된 유심을 두고 "먼저 온 순서"를 둘러싼 실랑이가 벌어졌고, 대리점 측은 긴급히 '번호표'를 나눠주며 상황을 수습하기도 했다. 그러나 번호표를 받은 고객들 중 일부는 "대기번호를 받아도 언제 차례가 올지 모른다"며 발걸음을 돌렸다.
SK텔레콤은 현재 약 100만 개의 유심을 보유하고 있으며, 다음 달 말까지 추가로 500만 개를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유심 교체 대상자가 전체 가입자 수인 2500만 명에 달하는 만큼, 유심 부족에 따른 혼선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 경기신문 = 박진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