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텔레콤이 최근 시작한 유심 무상 교체 서비스가 역설적으로 대규모 가입자 이탈을 불러왔다. 하루 새 3만 4000명 넘는 이용자가 SK텔레콤을 떠나면서, 통신 시장 재편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29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전인(28일) 하루 동안 SK텔레콤을 이탈해 번호이동을 한 가입자는 3만 4132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날 SK텔레콤으로 유입된 가입자는 8729명에 그쳐, 순감소 인원은 2만 5403명에 달했다.
이탈한 이용자 가운데 약 60%가 KT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KT는 이날 2만 1343명의 신규 가입자를 유치했으며, LG유플러스에도 1만 4753명이 새로 가입했다. 알뜰폰(MVNO)으로 옮긴 고객까지 감안하면 실제 이탈 규모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의 가입자 이탈은 지난 18일 발생한 해킹 사고 이후 급격히 늘기 시작했다. SK텔레콤은 당시 “해커에 의해 악성 코드가 유포돼 일부 이용자의 유심 관련 정보가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후 보안에 대한 불안이 확산되면서 가입자 이탈이 본격화됐다.
이달 초만 해도 하루 평균 200명 안팎이던 이탈 규모는, 사고 발표 이후 26일 1665명으로 급증했고, 28일에는 3만 명을 넘어섰다.
SK텔레콤은 대리점과 판매점을 통해 기존보다 높은 수준의 보조금을 지급하며 이탈 방지에 나섰지만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이날 확보한 신규 가입자는 8729명에 그쳤다.
SK텔레콤은 현재 약 2300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하며 통신 3사 가운데 선두를 지키고 있다. KT는 1500만 명대, LG유플러스는 1000만 명 초반대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가입자 수 격차가 좁혀질 경우, 시장 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보안 사고에 대한 대응이 늦어지거나 불신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가입자 이탈은 당분간 계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