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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유심 해킹 사태 신뢰의 위기

가입자 불안 복제폰 악몽 시작
해킹 파장...통신사 신뢰 위기
SKT 대응...신뢰 회복 첫걸음

 

지난 18일 SK텔레콤(SKT)의 핵심 서버인 홈 가입자 서버(HSS, Home Subscriber Server)가 악성코드 공격을 받아 고객 유심(USIM) 정보 일부가 유출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SKT는 4월 19일 오후 11시쯤 이상 징후를 포착했으며, 약 22시간 뒤인 4월 20일 유심 정보 유출 정황을 확인했다.

 

유출된 정보는 가입자별 유심 고유식별번호(IMSI)와 전화번호, 기기 고유번호(IMEI) 등으로, 주민등록번호나 결제 계좌번호 같은 민감 정보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유심 정보는 복제폰 개통, 보이스피싱, 금융 사기 등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개인정보로, 고객들의 불안은 급증했다.

 

SKT는 법적 신고 기한인 24시간을 초과해 4월 22일 사건을 공식 발표하며 논란을 낳았다. 정부와 경찰은 즉각 대응에 나섰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 2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SKT의 대응 조치 적정성을 점검하라는 긴급 지시를 내렸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22일 SKT의 신고를 접수하고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수사에 착수했으나, 해킹 세력 특정은 되지 않았다.

 

◇ 위기 속 첫 대응 유심보호와 무상 교체의 약속

 

SKT는 고객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25일 약 2310만 명의 SKT 가입자와 187만 명의 SKT 통신망을 사용하는 알뜰폰 고객을 대상으로 유심 무상 교체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유영상 SKT 대표는 25일 서울 을지로 본사에서 열린 설명회에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객 신뢰 회복을 약속했다. 또 유심 교체와 동일한 피해 예방 효과가 있다는 '유심보호서비스' 가입을 적극 권장했다. 이 서비스는 유심 복제를 차단하며, SKT에 따르면 28일 오후 6시 기준 총 가입자 771만명이며 통신망을 이용하는 전체 가입자(2500만명)의 31% 수준에 달한다.

 

유심보호서비스는 T월드 앱이나 웹사이트를 통해 가입 가능하며, SKT는 서비스 가입 후에도 추가 피해가 발생하면 100%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IMEI와 유심 정보가 함께 유출된 경우 보호 서비스가 무력화될 수 있다며, 물리적 유심 교체가 가장 안전한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 혼란의 현장 유심 교체의 아수라장

 

유심 무상 교체는 28일 오전 10시부터 전국 T월드 매장과 공항 로밍센터에서 시작됐다. 첫날 오후 6시 기준 약 23만 명(전체 가입자의 약 1%)이 유심 교체를 완료했으며, 온라인 예약자는 263만 명에 달했다. 그러나 물량 부족과 시스템 혼란으로 현장은 대혼란에 빠졌다. 일부 대리점은 유심 재고가 100~170장에 불과해 선착순 배포를 진행했고, 예약 시스템 접속 지연과 대리점의 준비 부족으로 고객 불만이 폭증했다.

 

특히 일부 대리점이 무상 교체용 유심을 신규 가입자 유치에 우선 사용하도록 지침을 내린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커졌다. 해외 로밍 이용자는 유심보호서비스와 로밍 요금제(바로 요금제)의 호환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으며, SKT는 공항 로밍센터에서 출국자를 우선으로 유심 교체를 지원했다. SKT는 재고 확보를 위해 기존 100만 개 유심 외에 500만 개를 추가로 준비했으나, 2500만 명에 달하는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 분노의 외침 가입자들의 집단 반발

 

해킹 사건으로 SKT 가입자들의 불안은 극에 달했다. 27일 네이버에 'SK텔레콤 개인정보 유출 집단소송 카페'가 개설되어 하루 만에 수천명 이상이 가입했다. 카페는 "우리의 개인정보 우리가 지킵시다"를 슬로건으로 피해 사례 공유, 집단소송 준비, 2차 피해 예방 활동을 진행 중이다.

 

또 'SKT 유심 해킹 공동대응' 홈페이지가 개설되어 국회 국민동의 청원을 추진하고 있다. 청원은 철저한 진상규명, 피해 규모 파악, SKT의 책임 있는 대응, 정부의 재발 방지책 마련을 요구하며,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목표로 한다. 가입자들은 유심 정보가 복제폰이나 금융 사기로 악용될 가능성을 우려하며, SKT와 정부의 미흡한 대응에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 시장의 흔들림 신뢰와 주가의 동반 추락

 

해킹 사건은 SKT의 시장 점유율과 신뢰도에 큰 타격을 주었다. 26일 하루 동안 1665명이 다른 통신사로 번호 이동을 하며 가입자 이탈이 급증했다. 편의점에서는 알뜰폰 유심 판매가 급증했으며, SKT뿐 아니라 타 통신사로의 번호 이동 수요도 증가했다. SKT 주가는 28일 4.33% 하락하며 약세를 보였고, 일부 보험사 및 카드사 등은 SKT의 본인인증 서비스를 중단했다.

 

◇ 미완의 대응 불확실 속의 행보

 

29일 SKT는 유심 교체와 유심보호서비스 확대를 중심으로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를 통해 SKT의 대응 조치를 점검하고 있으며,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사고 원인과 피해 규모를 조사 중이다. 그러나 정확한 유출 경로와 피해 범위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며, SKT의 초기 대응 지연과 물량 부족 문제로 고객 불신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 경기신문 = 박희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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