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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장묶기’ 사기 기승…보이스피싱 악용해 생계까지 마비

피해자 계좌에 소액 입금 후 익명 신고로 계좌 동결
보이스피싱 대응 제도 악용…서민 금융 일상에 직격탄

 

보이스피싱 차단을 위한 금융계좌 지급정지 제도가 오히려 일반 시민을 겨냥한 신종 사기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일명 ‘통장묶기’라 불리는 이 사기로 인해 피해자들은 월세, 급여, 카드 대금 결제 등 금융생활 전반에 심각한 지장을 받고 있으나, 해제까지는 복잡한 절차와 긴 시간이 소요돼 실질적인 보호 장치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A씨는 최근 낯선 번호로부터 “돈을 보내지 않으면 불이익이 생긴다”는 협박 문자를 받았다. 장난이라 생각하고 무시했지만 곧바로 계좌가 정지되면서 월세 이체와 카드 결제가 모두 막혔다. 알고 보니 이는 ‘통장묶기’ 사기로, 사기범이 A씨의 계좌에 소액을 입금한 뒤 이를 보이스피싱 계좌로 익명 신고해 동결시킨 것이었다.

 

‘통장묶기’는 기존 보이스피싱을 막기 위한 금융제도를 악용한 방식이다. 현재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따라 보이스피싱이 의심되는 계좌가 신고되면, 금융기관은 지급정지 요청을 받은 즉시 해당 계좌의 거래를 중단시킨다. 신고자는 본인이 직접 요청해 해제를 진행할 수 있지만, 정작 신고당한 계좌의 당사자는 무고를 입증하는 서류를 제출하기 전까지 정지를 풀 수 없다. 이러한 제도의 허점을 범죄자들이 노리고 있는 것이다.

 

언론에 따르면 A씨는 경찰에 출석해 무혐의 확인서를 발급받고, 은행을 여러 차례 방문해 계좌 정상화를 시도했지만, 은행의 내부 검토 절차와 요구 서류가 지점마다 달라 3주 넘게 금융거래가 막히는 불편을 겪었다.

 

서울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자영업자 B씨도 같은 피해를 입었다. 매입 대금 결제와 직원 급여 지급이 모두 중단되며 가게 운영이 사실상 마비됐다. B씨는 “계좌 한 개만 묶여도 장사를 접어야 할 수준”이라며 “범죄자가 신고 한 번만 해도 모든 거래가 멈추는 현실이 말이 되느냐”고 호소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보이스피싱 전담 수사팀이 형사 부서로 이관되며 대응이 강화된 상태”라며 “신종 사기에 대한 대응 매뉴얼도 재정비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보완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이윤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통장묶기는 보이스피싱 대응 제도의 구조적 맹점을 노린 협박 수단”이라며 “악의적 신고에 대해 최소한의 진위 확인 절차나 신고 남용 방지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효성 있는 제도 보완 없이는 시민들의 일상 금융 생활이 지속적으로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경기신문 = 박희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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