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텔레콤 해킹 사태 이후 후속 대책으로 도입된 ‘유심보호서비스’ 가입자가 2400만 명을 넘어섰지만, 정작 유심 교체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유심 교체를 둘러싼 불편이 잇따르면서 고객 불만이 커지고 있다.
6일 SK텔레콤에 따르면 이날 오전까지 유심보호서비스에 가입한 인원은 2411만 명에 달했다. SK텔레콤 가입자 2300만 명과 자사 망을 사용하는 알뜰폰 이용자 200만 명을 대부분 포괄하는 수치다. 해외 로밍 등 자동 가입이 어려운 일부를 제외하면 7일까지 사실상 전원 가입이 마무리될 전망이다.
그러나 유심 교체는 병목 현상을 겪고 있다. 하루 교체 건수는 3~4만 건 수준에 그쳐, 누적 교체 인원은 104만 명에 머물고 있다. SK텔레콤 측은 하루 최대 20만 개 처리 여력이 있지만, 이미 770만 명이 예약한 상태여서 유심 물량이 늘어난다 해도 모든 교체가 완료되려면 한 달 반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온라인상에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교체 안내조차 받지 못했다”, “대리점에서는 재고가 없어 언제 바꿀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글이 이어졌다. 또 유심 비밀번호를 설정한 뒤 교체하면서 기기가 잠기는 사례도 나타났다. 이에 대해 김희섭 SK텔레콤 PR센터장은 “유심보호서비스와는 별개의 기기 보안 기능으로, 안내가 부족했던 점은 인정한다”며 “대리점에서 조치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여파로 신규 가입과 번호이동도 멈췄다. SK텔레콤은 5일부터 직영점과 대리점에서 신규 가입 및 번호이동을 중단했다. 통신 3사 제품을 함께 취급하는 판매점에서도 SK텔레콤 유치는 평상시 대비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5일 하루 동안 SK텔레콤에서 타사로 이동한 고객은 1만 3745명에 달했다.
정치권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최민희(민주·경기 남양주시갑) 의원은 “SK텔레콤은 2015년에도 고객 귀책 여부와 관계없이 위약금을 부과하다 공정위 지적을 받고 약관을 수정한 전력이 있다”며 “이번에도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은 신뢰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SK텔레콤은 위약금 면제 여부에 대해 여전히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법적 책임뿐 아니라 유통망 혼란, 이용자 반응 등을 고려해야 해 내부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지난해 SK텔레콤이 정부의 정보보호 인증(ISMS, ISMS-P)을 잇달아 획득했다는 사실도 도마에 올랐다. 이훈기(민주·인천 남동구을) 의원은 “이번 해킹 사고로 인증 제도가 기업의 보안 역량을 충분히 평가하지 못한다는 점이 드러났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류정환 SK텔레콤 네트워크인프라센터장은 “인증을 받았음에도 사고가 발생해 송구하다”며 “조사 결과를 토대로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