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코 정부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의 두코바니 원전 2기 건설 계약을 법원 판단에 앞서 사전 승인하며 본계약 체결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현지 법원이 계약 체결을 일시 중단하는 가처분 결정을 내린 상황이지만, 법적 제약이 해소되는 즉시 계약이 이뤄질 수 있도록 선제 조치를 취한 것이다.
체코 정부는 8일(현지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두코바니 원전 2기 건설과 관련해 체코전력공사(CEZ)와 한수원이 가능한 시점에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 결정은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간 업무협약(MOU) 체결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공식화됐다.
피알라 총리는 “한수원의 제안은 모든 면에서 최고였고, 이에 따라 공급업체로 최종 선정됐다”며 “계약 체결을 승인했으며, 법원의 허가가 나는 즉시 계약을 진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단 하루도 지연되지 않도록 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되 지연으로 인한 피해를 막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번 사업은 체코 남부 두코바니 지역에 원전 2기를 건설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체코 정부는 이날 구체적인 가격 조건도 공개했다. 즈비넥 스타뉴라 재무장관은 “한수원이 건설할 원전 1기의 단가는 약 2000억 코루나(한화 약 12조 7000억 원)”라며 “이는 메가와트시(MWh)당 전기요금이 90유로 미만으로, 체코에 가장 유리한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원전 2기 전체 사업비는 약 4000억 코루나(약 25조 4000억 원)에 달하며, 이는 체코 정부가 기존에 추산한 예산과 동일한 수준이다. 다만 실제 계약 시점과 건설 진행 과정에서는 물가 상승 등 요인이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체코 정부는 사업의 현지화 비율에도 큰 관심을 두고 있다. 루카시 블체크 산업통상부 장관은 “현재 30% 현지 기업 참여를 확정했으며, 향후 6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포함된 30% 현지화율에는 두산에너빌리티의 체코 자회사인 두산스코다파워가 공급하는 주요 터빈 등 핵심 기자재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결정은 한국형 원전의 수출 경쟁력과 안정성을 다시 한번 국제적으로 입증한 것으로 평가된다. 향후 체코 법원이 가처분 결정을 철회할 경우, 한수원은 유럽 내 첫 신규 원전 수주라는 쾌거를 실현하게 된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