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선레이스가 한창이다. 선거기간에는 참으로 많은 말들이 오간다. 마음에 없는 말들이 난무하고, 서로를 비방하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이런 시기에 생각해 봐야 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말투’다. ‘말투’란 방어학사전에 의하면 화자가 말을 하는 상황이나 문맥(context)에 따라 선택하여 사용하는 언어 변종(linguistic variety)을 일컫는다.
“극기복례위인(克己復禮爲仁)”란 말이 있다. '논어'의 안연편에 나오는 말로, ‘자신을 이겨 예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 춘추시대의 사상가인 공자가 주장한 인(仁)의 실현방법이다. 자신의 사적인 이기심, 분노, 욕망 등의 감정을 절제하고, 공동체의 질서와 규범, 도덕적 행위기준 등의 도리를 따르는 것을 의미한다. 공동체인 인간사회를 지탱하는 가장 기본적인 사상일 것이다. 이 말은 단순한 자기 수양을 넘어 더불어 살아가는 길이 무엇인지를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극기복례의 의미를 ‘말투’에 적용하고 싶다. 말하는 방식은 단순한 표현기술이 아니라 삶의 태도이자 철학이다. 우리 주변에는 자기 생각대로 자기감정대로 상황이나 문맥도 생각하지 않고 말을 툭툭 내뱉는 사람들이 참으로 많다. 건조한 상대방의 말투에 기분 나빠지는 경험을 심심찮게 하게 된다. 반면 상대를 존중하는 부드럽고 정중한 말투를 지닌 사람에 대해 자연스레 신뢰감이 느껴지는 경험도 하게 된다. 인간관계에서 상대방에 대한 존중은 기본 덕목이다. 그러나 사회가 커지고, 경제가 발전할수록 존중의 마음이 사그라들고, 자기중심적 사고가 팽배해진다. 이런 이유로 조직에서 가정에서 자신의 감정만 생각하는 말투를 쓰게 된다. 함께 사는 사회에서 자기를 극복하고 예로 돌아가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 중 하나는 자신의 말투를 점검하는 것이다.
우선, 말투에 ‘친절함’을 입히자! 인간은 모두 존엄한 감정의 동물이다. 존중받는 느낌을 주고받을 때 비즈니스도 가정생활도 원활하다. 친절함이 묻어나는 말투를 가지고 있다는 건 그만큼 성숙한 인격을 드러내는 것이다. 목소리 톤은 적당하게, 말투에 부드러움을 담아 교양있는 어휘로 대화해 보자.
다음으로, 솔직함이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다. 솔직함은 매우 중요한 도덕적 덕목이다. 그래서 솔직해야만 된다는 생각에 머물기도 한다. 그러나 때론 솔직함이 폭력으로 나타날 수 있다. 단점이 없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 서로를 불편하게 하는 단점이나 문제가 아니라면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는 대화법도 필요하다. 그리고 꼭 말해야겠다면 마치 샌드위치가 생긴 모양대로 칭찬, 핵심메시지인 조언, 긍정의 말 순서로 부드럽게 말하는 게 좋다. 말의 형식 역시 지시형이 아닌 제안형으로 바꾼다면 서로를 존중하면서 대화할 수 있다.
인간을 목적으로 대하라는 임마누엘 칸트의 말처럼 상대를 목적으로 대하는 친절한 태도를 갖추고 있다면 말투는 자연스럽게 부드럽고 듣기 좋게 변한다. 대선주자들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떤 후보를 선택할지 고심하는 나날일 것이다. 후보들의 말투와 행동으로 국민을 얼마나 존중하는지 알 수 있다.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를 좋은 삶으로 인도할 품격있는 대통령이 잘 선출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