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과 강북 간 아파트값 격차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강을 사이에 두고 남북으로 나뉜 서울의 주택시장에서 ‘강남 쏠림’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는 모양새다.
27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 한강 이남 11개구의 아파트 3.3㎡당 평균 매매가는 5334만 원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강 이북 14개구의 평당가는 3326만 원으로 집계됐다. 양측 간 가격 차이는 무려 2008만 원. 평당가 기준으로 60.4%나 높은 셈이다.
이는 부동산R114가 2000년부터 월별 통계를 작성한 이래 최대 격차다. 특히,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한강 이북 지역이 7.4% 오른 데 비해, 이남 지역은 12.7% 뛰며 격차가 더 벌어졌다.
자치구별로는 서초구가 3.3㎡당 8370만 원으로 가장 높았다. 전년 동기 대비 1094만 원 오른 수치다. 이어 강남구는 1011만 원 상승해 8336만 원, 송파구는 891만 원 올라 6098만 원, 강동구는 475만 원 올라 4070만 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상승세는 정비사업 기대감이 높은 잠원·반포동(서초), 압구정동(강남), 잠실·신천동(송파)과 같은 지역에서 준공 10년 미만의 준신축 아파트들이 ‘선별 매수’ 대상으로 부각되며 매매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한강 이북 지역에서는 ‘한강 벨트’로 불리는 성동·용산·광진·마포구가 강세를 보였다. 성동구는 537만 원 올라 4917만 원, 용산구는 478만 원 올라 6013만 원, 광진구는 463만 원 올라 4500만 원, 마포구는 454만 원 상승해 4514만 원을 기록했다.
트리마제(성동), 나인원한남(용산), 워커힐(광진), 마포래미안푸르지오(마포) 등 지역 대표 단지가 시세를 견인했고, 해당 단지들은 4~5월에도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외곽지역인 도봉·강북 등과의 가격 격차는 더욱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가 지난 3월 강남3구 등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확대 지정하며 실거주 요건을 강화했지만, 서초·강남은 여전히 상승 거래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일각에선 “규제가 오히려 핵심지 프리미엄을 부각시키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확대 지정된 지난 3월 24일 이후 강남3구 등 서울 핵심지 아파트는 실거주 요건이 강화돼 매입 문턱이 높아지며 거래가 다소 주춤한 상황이지만 서초와 강남구는 허가구역 재지정 이후에도 상승 거래 비중이 확대되는 등 아파트값 강세가 지속 중이다. 이에 강동, 성동, 광진, 마포구 등 한강변 프리미엄을 지닌 지역도 대체 투자지로 관심을 받으며 가격 상승 기대감이 번질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이러한 가운데 한강변과 맞닿아 있으면서 상대적으로 규제 부담이 덜한 강동·성동·광진·마포 등이 ‘대체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강 프리미엄이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가격 상승 기대감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부동산R114는 “2023년 4월 이후 최근 2년간 한강 이남과 이북 간 가격 격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며 “강남3구와 마주한 한강벨트 지역은 향후에도 상승 여력이 큰 만큼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집값 양극화가 고착화되면 특정 지역에 수요와 자본이 집중돼 주택시장 불안과 자산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며 “핵심지 과열 조짐에 주목하며 이를 완화할 정교한 정책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