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한국의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이 6배 가까이 늘어났지만, 실제 발전량은 이에 미치지 못하는 3배 증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양적 확대에 치우친 기존 정책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이 가운데 새 정부가 추진 중인 ‘기후에너지부’ 신설이 구조적 병목을 해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재명 정부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로 분산된 기후·에너지 관련 기능을 통합한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예고하고 있다. 전력망 현대화, 전력구매계약(PPA) 제도 개선 등을 통해 인공지능(AI)·반도체 등 에너지 다소비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국제에너지경제재정분석연구소(IEEFA)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23년까지 국내 재생에너지 용량은 6배 가까이 늘었으나, 소비자에게 실제 공급된 발전량은 3배 증가에 그쳤다. 같은 기간 전력 수요는 AI 데이터센터, 반도체 클러스터 확대 등으로 폭증했지만, 재생에너지 공급망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미쉘 김 IEEFA 에너지금융 분석가는 “송배전망(그리드) 현대화 지연은 국내 기업들의 산업 경쟁력과 탄소중립 목표를 동시에 위협하고 있다”며 “특히 KEPCO의 송배전 독점 구조와 재정난이 그리드 확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한국전력공사의 독점적 지위 아래, 지역주민 반대와 예산 제약 등이 송배전 인프라 확충을 가로막고 있다. 여기에 경직된 PPA 제도와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의 한계까지 겹쳐 재생에너지 전환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RE100 캠페인에 참여 중인 국내외 기업들의 움직임도 위기감을 키우고 있다. 한국에서 운영 중인 RE100 회원사는 160곳이 넘고, 이 가운데 36개 사는 국내에 본사를 두고 있다. 그러나 이들 중 PPA를 통해 재생에너지를 직접 조달하는 비율은 20.2%에 불과하다. 이는 글로벌 평균인 31%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IEEFA는 보고서에서 “현행 PPA 제도는 복잡한 규제와 높은 가격 구조로 인해 거래 성사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재생에너지 판매자와 구매자 간 효율적인 계약을 가로막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RPS 제도 역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재생에너지를 직접 생산하기보다는 신재생에너지인증서(REC)를 구매해 의무를 회피하는 간접 방식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IEEFA는 “많은 발전사와 KEPCO 자회사들이 실질적 발전보다 REC 구매에 의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러한 복합적 병목을 해결하기 위해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그는 대선 당시 공약으로 기후에너지부를 제시했으며, 최근까지도 “산업과 환경이 충돌하지 않는 종합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후에너지부는 에너지 정책과 기후대응 정책을 하나로 통합해 보다 효율적인 정책 집행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기후테크사업육성특별법과 탄소중립산업법 제정도 추진된다. 이는 전기차, 재생에너지, 그린수소 산업에 대한 체계적 지원을 골자로 한 한국판 IRA(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 성격의 법안이다.
RPS 개편을 통해 직접 발전 중심의 제도로 전환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산업부는 지난해 REC 의존도를 낮추고 PPA 요건을 단순화하는 ‘마스터플랜’을 발표한 바 있다.
IEEFA는 “재생에너지 사업자와 정부가 협력해 직접 입찰 방식으로 공급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며 “이런 변화는 국내 에너지 공급망을 안정시키고, 가격 경쟁력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추진하는 재생에너지 정책이 양적 확대에서 질적 성장으로 전환될 수 있을지, 기후에너지부가 그 해답을 제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