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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물가·환율 삼각파도…트럼프발 중동 리스크에 韓 경제 ‘비상등’

美, 외교 대신 무력 선택…정밀 공습으로 위기 촉발
호르무즈 해협 ‘봉쇄 결의’…국제 원유시장 초비상
유가 상승→물가 압박→금리 제한…韓 경제 ‘이중고’
‘강대강’ 충돌에 외교 해법 실종…지정학 리스크 고조

 

미국이 이란 핵시설을 공습하면서 중동 지역이 다시 군사적 긴장으로 뒤덮이고 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결의로 맞섰고 세계 경제는 또다시 에너지·금융 충격에 직면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강화된 일방주의·군사주의 기조가 국제 질서를 뒤흔들고 있다.

 

한국을 포함한 에너지 의존 국가들은 유가 급등과 수입 물가 상승, 원화 약세라는 복합 위기에 놓였다. 중동 불안이 한반도 경제에도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국면이다.

 

21일(현지시간) 밤 미국은 이란 내 핵시설 여러 곳을 정밀 타격했다. 공습은 주말 야간, 금융시장이 열리지 않은 시점에 이뤄졌고 글로벌 자산시장에 불안한 충격파를 예고했다. 백악관은 “이란의 핵 능력 제거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국제사회는 미국의 일방적 군사행동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마크 스핀델 포토맥 리버 캐피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로이터통신에 “이번 사태는 시장에 새로운 불확실성을 더했다”고 평가했다.

 

이란 의회는 곧바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최고국가안보회의와 최고지도자의 승인이 남았지만 실제 봉쇄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운송의 20%가 지나가는 길목으로 한국이 수입하는 중동 원유의 99%도 이 해협을 통과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동에서 중국으로 향하는 유조선의 용선료는 이미 이스라엘의 공습 전보다 90% 가까이 상승했다. 시장은 군사충돌이 원유 수급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미 브렌트유와 WTI는 각각 배럴당 77달러, 75달러 선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호르무즈 해협이 실제 봉쇄될 경우 유가가 130달러까지 치솟고, 미국의 연간 물가 상승률이 6%에 육박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곧 금리 인하 여력을 없애고, 경기 둔화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은 중동 원유 의존도가 높고, 원재료 수입 구조도 취약하다. 산업연구원은 지난해 보고서에서 해협이 봉쇄될 경우 한국 전체 산업의 생산비용이 3% 넘게 상승하고, 제조업은 5.2%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문제는 이번 사태가 일시적 충돌에 그치지 않고, 군사·외교·경제 위기를 중첩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과 이란의 대립은 유엔이나 다자외교 기구를 통한 조율이 사실상 실종된 상태에서 진행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2주 안에 협상에 나서라고 요구했지만 이란은 전면 충돌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이제는 지정학 리스크 자체가 구조적 변수로 고착화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 미국의 군사행동이 반복되고 있는 가운데, 국제사회가 유효한 제어장치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커진다.


한국 정부는 이번 사태를 비상 대응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뾰족한 해법은 부재하다. 에너지 수입선 다변화, 전략비축유 확대, 외교적 중재 노력 등 총체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시에 국제질서가 다시 무력 중심으로 회귀하는 흐름에 맞서 외교 복원력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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