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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 건강도 경쟁인가요

 

오늘도 느낀다. 아침 운동하러 가는 길, 이 숲 터널을 지날 때 행복하다는 것을. 그동안 겨울나무 검은빛에서 죽음보다 강한 기운을 느껴보기도 했다. 그리고 나무들 땅 속 뿌리의 작은 신음 소리가 들리는 듯도 했다. 겨울나무는 세상 모든 생명보다 고요히 자신을 지켜내고 있었다. 그 침묵은 곧 묵수(默言修行)요. 겨울 숲의 신앙이요 기도였다.

 

그 겨울 숲에 흰 눈이 소복소복 내릴 때, 하늘의 사랑이 우리 곁으로 어떻게 다가오는지 느낄 수 있었다. 눈은 겨울의 선물이다. 대지 위의 흰 눈은 백지 같았다. 그 순간 나는 꿇어앉아 그곳에서 시를 쓰고 편지를 써 수신자 없는 그곳의 누군가에게 보내고 싶었다.

 

J 대학 생활관이 위치하고 있는 숲 속의 길은 가운데에 아름드리의 플라타너스들이 줄지어 서 있고 양 쪽으로는 곧은길이어서 자동차가 서행하도록 되어 있다. 플라타너스 넓은 잎과 주변 나뭇잎들은 7월의 아침 빛 스며드는 녹색기운으로 바다 밑 같은 정밀한 고요 속에 가슴 벅찬 감동의 기운이 일렁이고 있었다. 대학로의 젊은 기운과 함께 상상하기 힘든 거목들의 넓고 푸른 잎잎 하나하나가 제철을 맞아 온 세상을 푸르고 두텁게 감싸면서 생명을 껴안아 주는 듯했다. 녹색이 주는 위로와 편안함이 행운처럼 느껴지는 순간이다.

 

목적지에 도착하여 주차하고 도립 체육회관 3층 헬스클럽으로 들어섰다. 아침 공기 신선한 가운데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몸을 풀어주기 위해 가볍게 체조를 하고 달리기를 하면 창밖으로는 초등학교 운동장이 펼쳐진다. 동쪽 화단으로는 칼을 차고 서 있는 이순신 장군 동상이 있다. 바로 옆으로는 의자에 앉아 왼손으로는 책을 펴든 채 오른팔을 펴고 앞에 있는 백성들에게 무언가를 알리고자 하는 세종대왕의 동상이 있다. 그 앞으로는 붉은 바탕에 하얀 선을 그어 만든 트랙이 펼쳐져 있다. 얼마 전 일이다. 몸이 기억 자 같이 굽은 할머니가 힘겹게 걷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 가다 앉아 쉬고 또 걸어가고- 하는 모습을 한동안 보아왔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할머니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혹 무슨 일이 …’ 하면서 기다려졌다.

 

건강도 경쟁인가. 탤런트 같은 의사들이 TV 화면에서 의술의 신같이 몇 마디씩 들려주고 나면 많은 사람들의 생활습관과 건강관리에 새 바람이 일었다. 그 바람은 뉴스가 되고 유행이 되어 신바람(風)을 일으켰다. 운동장을 보고 운동을 하다 보면, 반백년 전 초등학교 운동회 때, 만국기 펄럭이던 때의 기억이 소환된다. 청군 백군의 나눔 그리고 목소리가 찢어지도록 외치던 응원! 중고등학교 때의 축구 배구 탁구 그리고 경제개발이 이루어지고서 야구 테니스 수영 골프 등 먹고살만해지면서 운동 경기 종목도 하루가 다르게 값 비싼 경제세계로 변신 하고 손에 쥐는 기구의 값에 따라서 그 사람의 사회적 지위와 인격의 가치를 달리 보이게 만들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싫증이 났는지 나이 따라 몸속 기능이 옛 같지 않은지, 의사 말씀 따라 맨발 걷기가 시작되었다. 도시 근처의 산에는 맨발로 걷기 위한 길이 생기고 길 위엔 황토 흙을 깔았다. 그런가 하면 야자수 나무 잎으로 만든 카펫이 산길 위로 펼쳐지기도 했다. 마침내 화장 짙게 한 사모님과 이웃 분들로 인해, 인조 화장품의 향이 자연의 숲 내음과 꽃향기보다 압도적인가 싶었다. 자연스럽게 신경이 예민한 사람은 외면하게 되고 다른 길을 걸었다.

 

산은 조상과 나이 든 세대에게는 신(神)의 영역 같이 신비스러웠고 두려워했던 대상이었다. 그리하여 불교도들은 깊은 산을 찾아들어 공부하고 묵상하면서 도를 닦는 곳이 되었다. 신춘문예를 꿈꾸던 예비 작가도, 고시공부를 하던 젊은이도 산에서 공부하면서 그곳을 도장(道場)이라 하고, 불교를 공부하는 사람들은 도량이라고 했다. 어쨌든 지금으로서는 맨발이든 군화든 자전거든 산을 산답게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을 먼저 하고 행동해야 할 때다. 나무와 한 포기의 풀과 벌레까지도 생명이요 그 숫한 생명으로 인하여 자연이라고 했을 것이다.

 

건강도 남보다 내가 더 건강해야 하고 누구에게 뒤지기 싫어 오늘도 경쟁하고 질투하듯 걷는다는 데 무슨 말이냐고 한다면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이 몸이 죽고 죽어 무엇이 될꼬 하니/ 봉래산 제일봉에 낙락장송 되어 있어/ 백설이 만건곤 할제/ 독야 청청하리라.”라고 읊었던 성삼문 선생이 지금의 ‘맨발의 산꾼’ 들을 본다면 어떤 표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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