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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경의 사소한 발견] 콩국수의 소명

 

이제 7월 초인데 벌써 열대야 때문에 잠을 이루기가 힘들다. 지구는 이렇게 계속 뜨거워져 가고 그 속에서 사는 사람들은 점점 편안함을 잊어가고 있다. 그래서 어디 시원한 거 없을까 하고 찾게 되는 음식이 콩국수이다. 여기에 얼음 몇 개 동동 띄우면 먹는 순간만은 더위를 잊을 수 있다.

 

콩국수의 유래는 조선시대 초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는 콩이 서민들이 일반적으로 먹는 식품이었고, 국수는 주로 밀가루로 만드는데 곡물이 부족했던 시절이라 밀가루에 콩가루를 첨가하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지금의 콩국수 형태가 일반화된 것은 조선 후기인데 콩은 맛도 있고 영양가도 높아서 서민들이 즐겨먹는 음식이 되었다. 콩국수는 단백질, 미네랄, 무기질, 섬유질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글루텐이 없고 열량이 낮아서 지금은 건강한 다이어트 식단으로도 잘 활용되고 있다.

 

그런데 콩이 콩국수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보면 재미있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주로 “콩알만 한 게….”라고 하면 작다는 것을 무시할 때 주로 사용되는 표현이다. 그러나 콩알은 비록 작지만 단단하여서 웬만한 충격에도 부서지지 않는 강인함을 가지고 있다. 또한 자신만 옳다는 옹고집은 없어서 물에 불리면 연하고 순하게 물러져서 부드러운 음식의 재료가 되고 반으로 나눠지는 콩알은 “콩 하나도 반으로 나눠 먹는다”라는 비유처럼 작은 것에도 서로 돕는 상징이 되기도 한다.

 

콩국수를 만들기 위해서는 하룻밤 푹 불린 콩을 잘 갈아서 밀가루와 적당히 섞은 반죽을 얇게 펴서 국수 모양으로 잘게 썬다. 그리고 갈아놓은 콩가루를 물에 풀어서 콩국수 국물을 만들어 시원하게 냉장해 놓는다. 콩국수를 잘 삶으려면 펄펄 끓는 물에 국수를 넣고 거품이 올라와서 넘쳐흐르려는 찰나 적당량의 소금을 넣어 거품을 잠재우면 된다. 비록 콩알은 온데간데없이 형태가 사라졌지만, 그 고소함은 그대로 남아 걸쭉한 콩국수로 태어나 더위에 지친 서민들의 입과 속을 시원하게 달래주며 자신의 훌륭한 소명을 마무리한다.

 

냉콩국수를 먹으면서 이런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 많다면 더운 여름도 좀 더 시원하게 버텨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특히 정치인들이야말로 콩국수의 소명에서 배울 것이 많지 않을까? 국민은 거대하고 위대한 정치인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콩알처럼 작아도 단단하여 의지를 쉽게 꺾지 않는 사람, 그러면서도 자기 고집만 피우는 불통이 아니라 콩반쪽이라도 나눌 줄 아는 마음, 그리고 물속에서 충분히 물러져서 가장 필요한 영양소를 공급하는 존재를 국민은 원하는 것이다.

 

또한 자신의 욕망이 거품처럼 끓어오를 때 국민의 소리를 한 줌의 소금처럼 받아들이고 그것을 자제할 줄 아는 인격을 원하는 거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열망이 있다, 그러나 자신을 높이려는 그 열망의 허울을 버리고 본질에 주목한다면 비록 콩알의 모습은 사라졌지만 영양은 그대로 남은 훌륭한 콩국수처럼 모든 서민이 즐거워하는 지도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안 그래도 무더워 짜증 나기 쉬운 올여름, 텔레비전을 켜면 화면에 나타나서 국민 마음속에 열이 뻗치게 하는 이들 대신 냉콩국수처럼 서민들의 속을 시원하게 해주는 지도자를 바라는 게 국민의 과욕은 아닐 것이다. 어떤가? 오늘 냉콩국수 한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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