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양양과 고성 산불은 한동안 악몽으로 남게 됐다. 그도 그럴것이 산불의 위력 앞에서 인간이 보여준 진화 능력은 한마디로 속수무책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화마가 낙산사를 집어 삼키고 있는데도 바라다 보고만 있었던 무력함은 우리 자신을 부끄럽게 하고도 남는다. 이미 낙산사는 불타버렸으니, 중건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전국에 흩어져 있는 다른 사찰과 사찰이 보관 또는 소장하고 있는 귀중 문화재가 화재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도내에는 국가가 지정한 236점과 도가 지정한 503점 등 739점의 국보 및 보물 등이 있다. 하나같이 귀중한 문화유산들이다. 한편 도내에는 27개 시·군에 99개의 전통 사찰이 있다. 이 가운데 45개 사찰에 129점의 문화재가 보관되어 있고, 나머지는 박물관 등에 소장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 화재가 발생했을 때 문화재를 옮겨 화마와 격리시킬 수 있는 ‘수장고’를 갖춘 곳은 용주사 한 곳 뿐이고, 다른 사찰은 이렇다할 보관소 조차 없다.
바로 이런 점이 문제인 것이다. 현재 당국이 파악하고 있는 바로는 사찰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스프링쿨러, 소화기, 소화전과 같은 기본 소화방비가 고작이다. 이같은 장비는 규모가 작은 화재, 그것도 발화 사실을 금방 발견했을 때의 응급처치에나 유효하지 불길이 번지기 시작하면 있으나마나한 것들이다. 문화재를 화마로부터 지키기 위해서는 사찰과 박물관등에 수장고나 보관소를 만들고, 소형 소방차 등을 배치하는 적극적인 방화대책이 시급하다. 도심의 사찰은 별개로 치더라도 산중의 사찰은 소방차 접근이 어렵기 때문이다.
문제는 예산이다. 사찰이 자체적으로 해결하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고, 지자체나 정부가 하려해도 재원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해서 손을 놓고 있을 일도 아니다. 결국 일시에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수장고 건설 또는 고도의 방화 장비를 연차적으로 마련해 나가는 방법 밖에 없을 것이다. 재정이 취약하다보니까 무슨 일을 하려면 예산 타령부터 하는 것이 우리다. 그러나 낙산사처럼 모든 걸 잃고 나서 엄청난 복구비를 들이는 것보다는 방화시설을 갖추는 편이 덜 들 것이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 보다는 미리 외양간을 짓자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