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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교실을 흔드는가 下] 변하는 건 정책 이름뿐…사라지는 공교육 책무성

급변하는 정책, 공교육 책무성 약화와 학습권 침해로
새로운 교육 거버넌스 위해 연속성·독립성 확보 해야
"정치적 간섭 없는 시스템 위해서는 투명성 확보 必"
"교육 주체인 교사와 현장이 정책 수립의 중심 돼야"

'정권이 바뀌면 교실도 바뀐다.' 교육 현장에서 흔히 들리는 말이다. 교육은 국가의 백년지대계라지만, 우리 교육정책은 5년마다 흔들리고 있다. 교육의 주체가 아닌 정치적 도구가 된 대한민국 교실. '누가 교실을 흔드는가'에서는 정권 교체에 따라 출렁이는 교육정책과 피로감에 지친 교실의 오늘을 기록하며 공교육 책무성 강화라는 본질적 과제가 정쟁 속에서 잊혀지고 있지는 않은지 질문을 던진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정권마다 바뀌는 교실…실험대에 놓인 아이들
②변하는 건 정책 이름뿐…사라지는 공교육 책무성
<끝>

 

 

교육정책이 정권 교체 때마다 뒤집히는 건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이름만 바뀌었을 뿐 유사한 내용의 정책이 다시 도입되기도 하고, 전 정권의 핵심 과제가 폐기되기도 한다. 

 

그런데 그때마다 바뀌지 않는 것이 있다. 교실 속 학생들은 언제나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다.

 

정권이 추진하는 교육정책이 바뀔 때마다 학습 방식과 진로 준비 방식이 바뀌며 학생들의 고통도 가중된다. 고교학점제, AI 기반 평가, 서술형 중심 수업 등 새로운 용어가 교실 안에 연이어 등장하지만, 실질적으로 무엇이 바뀌었는지 체감하긴 어렵다. 문제는 변화의 '방향'이 명확하지 않다는 데 있다.

 

수원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김영서 양(18)은 "AI 디지털 교과서도, 고교학점제도 학생들의 피로도만 높이고 있다"며 "정부 발표는 거창하고 신경써야 할 부분도 많아지는데 우리가 준비해야 하는 입시는 정작 늘 제자리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반복은 교사들에게도 피로감을 안긴다. 지난 10년간 '자유학기제', '고교학점제', '미래형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정책이 시행됐다가 폐지되기를 반복했다. 

 

그때마다 교사는 새 교과과정을 익히고, 관련 연수를 받고, 평가 방식을 바꿔야 했다. 하지만 정책 효과에 대한 평가는 드물었고 다음 정부가 들어서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거나 새로운 정책이 자리를 채웠다.

 

고등학교 교사 A씨(44)는 "새로운 정책이 나올 때마다 교사는 연수를 받아야 하고, 평가 방식을 바꿔야 하고, 교재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며 "그런데 다음 정부 들어서면 또 다 바뀐다. 그게 지난 10년이다"라고 토로했다.

 

결국 교사들은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게 된다. 정책이 계속 바뀌니 적극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기 어렵고, 수업보다 행정 업무와 적응에 더 많은 시간을 쓴다. 이 과정에서 공교육의 책무성은 점점 약화되고 있다. 흔들리는 교육 정책이 결국 학생의 학습권 약화로 연결된다.

 

 

교육 거버넌스에서도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교육부가 국정기획위원회 업무보고에서 학교 내신과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하는 방안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지며, 정책 시행과 의견 수렴에 있어 교육당국 간 협력 체계가 부실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의 경우 이미 자체 교수학습 플랫폼인 '하이러닝'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인공지능(AI) 서논술형 평가 시스템'이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경기지역 학부모 김은형 씨(40)는 "모든 교육 정책이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일단 시행하고 보자'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성과 만들기와 정치적 편 가르기에 급급해 교육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교육 주체의 목소리는 늘 뒷전"이라고 꼬집었다. 

 

인공지능(AI) 서논술형 평가 시스템에 대해서는 "디지털 교육은 특히나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부분인데 이미 시행 중인 곳이 있는지 등 검토나 신중함 없이 공을 세우기 위해 무작정 밀어붙이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교육 정책의 우선 순위가 학교와 학생이 아닌 '성과'를 위한 수단이 된다는 지적이다. 교육당국 간 적극적 협력마저 부족한 상황에서 정치색에 따라 흔들리는 교육 정책은 교육 주체인 교사와 학생, 학부모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교육 정책이 정치색에 휘둘리지 않기 위한 근본적인 구조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단단한 교육 거버넌스를 만들기 위해선 교육위원 선출 방식, 정책 자문 구조를 재정비해 교육 정책의 연속성과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실제 교육 선진국으로 꼽히는 영국, 독일 등은 교육 주체인 교사와 학부모가 정책 자문 기구에 일정 비율 이상 참여하도록 제도화했다. 일본은 지방 교육위원회를 통해 교육 정책 실행의 독립성을 확보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대통령 소속 행정위원회인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해 독립적 중장기 교육정책 기구로서의 작용을 기대했지만 지난 2022년 출범한 1기 국가교육위원회는 특정 성향 인사의 편중 임명, 교육 주체의 배제, 회의 비공개, 숙의 생략 등 문제점을 지적 받고 있다. 

 

오는 9월 2기 국가교육위원회 출범을 앞둔 상황이지만 당장 학생, 교사, 학부모 등 교육 주체의 실질적 참여 보장과 투명성 확보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 교육가족들의 기대치는 낮기만 하다. 

 

도승숙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수석 부회장은 "현재의 국가교육위원회는 '유명무실'한 상태"라며 "국가교육위원회를 포함한 교육부, 교육청 등 교육당국이 폐쇄적이고 불투명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교육 정책의 연속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특정 정책에 편중되지 않고 전문성 있는 교육 정책, 즉 정치적 간섭이 없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개방적이고 투명한 문화 조성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수원 한 초등학교의 부장교사 B씨는 "정권이 바뀌어도 교육정책은 장기적인 시야로 추진돼야 한다"며 "교사와 현장이 함께 만드는 정책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학생들이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는 건, 교육정책이 곧 아이들의 삶을 움직인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교육정책은 정치가 아니라 학생을 중심에 두고 만들어져야 한다. 하지만 교실의 시간은 아직, 정치의 시간 속에 갇혀 있다.
 

[ 경기신문 = 박민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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