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파트 분양가 급등 여파로 주택청약통장 가입자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특히 5년 미만의 ‘단기 가입자’는 서울을 중심으로 빠르게 감소하는 추세다. 당첨 가능성이 낮고, 설령 당첨되더라도 수억 원에 달하는 잔금을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주택청약종합저축에 가입한 지 5년 미만인 단기 가입자는 전국적으로 994만 171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1123 만9431명)보다 11.6% 줄어든 수치다.
단기 가입자는 2021년 6월 1561만여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꾸준히 줄어 현재까지 약 567만 명(36.3%)이 감소했다. 감소 폭은 서울에서 더욱 가팔랐다. 같은 기간 서울의 단기 가입자는 무려 40.7% 줄었다.
서울에서는 이미 2021년부터 가입자 수가 감소세로 돌아섰다. 당시 전국 평균이 전년 대비 1.2% 증가했을 때 서울은 오히려 3.4% 감소했다. 이후 2022년에는 10%, 2023년 15.6%, 지난해 12.3%, 올해 상반기에는 11.1%가 감소하며 매년 줄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파트 분양가 상승이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서울의 ㎡당 평균 분양가는 1393만 9000원으로, 1년 새 약 10% 가까이(9.97%) 올랐다. 국민평형(공급면적 112㎡) 기준으로 환산하면 평균 분양가가 약 15억 6000만 원에 달한다.
이처럼 수억 원에 달하는 자금 마련이 어려워지자, 청약을 포기하거나 중도 해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6·27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자금 마련에 대한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청약통장을 오래 보유한 장기 가입자가 유리한 제도 구조상, 새로 가입하는 젊은 세대 입장에서는 청약이 점점 ‘그림의 떡’처럼 느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청약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15년 이상 장기 가입자는 오히려 늘고 있다. 올해 6월 말 기준, 15년 이상 청약통장 보유자는 263만 400명으로, 1년 전(187만 3403명)보다 40.4% 증가했다.
주택청약종합저축은 2009년 5월부터 도입돼, 올해 5월에 처음으로 15년 이상 장기 가입자가 등장했다. 업계는 이들 장기 가입자가 향후 청약시장의 핵심 수요층으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