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이 최근 잇단 대출 규제에도 좀처럼 줄지 않는 가계대출 증가세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6·27 부동산 대책과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 등 대출 조이기 수단을 총동원했지만 가계대출 잔액이 계속 늘자, 주요 시중은행들에 하반기 대출 총량 관리 목표를 새로 내라고 지시한 것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은 최근 금융당국으로부터 자료 제출 시스템을 통해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치를 재제출하라는 요청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5대 은행은 올해 초 가계대출 잔액을 약 14조 원 가량 늘리겠다고 당국에 보고한 바 있다. 그러나 상반기 중 이미 절반에 해당하는 7조 원가량을 소진했고, 규제 시행에도 불구하고 가계대출 증가세가 계속되자 당국이 하반기 목표치를 최대 절반 수준(3.5조 원 내외)까지 낮추는 방안을 사실상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7월 들어 17일까지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2조 5846억 원 증가해 총 757조 4194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일당 평균 약 2000억 원씩 늘어난 셈이다. 지난 6월 ‘대출 막차’를 타려는 수요가 몰리며 일평균 3554억 원이 늘었던 것보다는 줄었지만, 이 추세가 이어질 경우 7월 한 달 가계대출 증가액은 4조 5000억 원을 웃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국이 최근 들어 가계대출 총량 목표의 하향 조정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면서 “은행들도 하반기 증가폭을 3조 5000억 원 수준으로 조정한 안을 마련 중이며, 당국과 협의를 통해 여지를 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급격한 대출 조이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갑작스러운 목표 축소로 일반 소비자나 실수요자들이 연말에 대출을 받기 어려워지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대출 오픈런’이 다시 나타날 가능성도 제기한다.
다만 금융권 안팎에선 오는 9월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대출 증가세가 완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증가분의 상당수가 주택담보대출인데, 이는 대체로 규제 이전에 체결된 계약이 7~8월 중 집행되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부동산 거래가 줄고 시장이 안정세를 보이면, 하반기 중에는 대출 증가세도 둔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