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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에서 역사와 정치를 본다'

개발 위주의 경제성장을 최우선 정책 과제로 삼던 지난 시대의 상징물인 청계천 복원사업이 한창 진척되고 있다.
콘크리트 고가도로 철거 등 지난 3년 간 진행 중인 역사적인 복원 공사 과정을 통해 청계천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비교하고 역사적 의미를 조망한 책 '청계천에서 역사와 정치를 본다'가 최근 여성신문사에서 나왔다.
조광권 서울시교통연수원장이 쓴 이 책은 그의 지난해 박사학위 논문 '조선왕조 준천과정에 나타난 위민담론 분석'을 재구성한 것으로 조선왕조의 각종 문헌 기록을 통해 시대별 준천 과정을 살피고 있다.
그는 이들 사료를 통해 드러난 준천의 논의와 그 실천 과정에서 지배 세력이 민을 파악하는 정치, 행정 방식과 준천 사업의 정당화를 위해 동원했던 위민 담론의 시대별 변화를 비교 분석한다.
책에 따르면 청계천 관련 논쟁이 조선시대에도 많았으며 역대 왕과 지배세력들의 '위민관'에 따라 청계천 모습이 달라지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조선시대 청계천 관리가 주로 이뤄진 시점은 실용주의 기풍이 강한 초기와 실학의 시대인 후기에 집중돼 있는데 태종과 세종시대 준천이 주로 조정 내부의 의견만 수렴해 백성들을 일방적으로 동원한 형태라면 후기 영정조 시대에는 공사에 동원한 백성들에게 노동 대가를 지불하고 절차 규정까지 마련하는 등 지배세력의 백성들에 대한 의식 변화를 엿볼 수 있다는 것.
이렇듯 조선 초기와 후기 준천과정의 비교를 통해서 저자는 조선왕조의 '민본사유'가 내적으로 변화되고 발전의 양상을 띠고 있음을 설명한다.
특히 그는 청계천 공사에 관한 상세한 내용을 기록한 영조의 '준천사실'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히고 있다.
홍수 때마다 넘치는 청계천을 두고볼 수 없었던 영조는 숱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준천에 나섰고 그 과정에서 백성의 생계에 피해를 주지않는 방안을 끊임없이 고민했다고 밝힌다.
당시 청계천 준천은 '개천이 막히지 않고 잘 흐르게 하는 일을 가장 먼저 해야한다'며 준설의 중요성을 강조한 영조가 10년의 장고 끝에 시행한 대역사였다는 것이다.
저자는 또한 청계천의 역사와 역사적으로 바라본 준천의 배경을 살피는 한편, 현재 진행되는 청계천 살리기의 구체적인 과정을 세세히 담아냈다.
그는 처음 복원 계획이 수립될 당시 실현가능성에 많은 사람들이 회의적이었고 교통, 쓰레기 문제는 물론 시민 여론 등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태였지만 환경주의자, 생태주의자 등이 주축이 돼 청계천 살리기 주장이 본격 시작됐다고 회고한다.
이어 그는 복원사업은 단지 환경차원에서 복개된 하천을 되살리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역사와 문화의 창조적 복원이며 급격한 발전으로 온갖 부작용을 앓고 있는 서울에 새살을 돋게 하고 다시 활력을 불어넣는 치료라고 강조한다.
청계천의 역사를 통해 시대의 지향점을 새삼 들여다 볼 수 있는 점도 흥미롭다.
청계천 위를 덮은 콘크리트 고가도로에서 한때 경제성장을 최우선으로 삼았던 우리나라 개발시대의 가치관과 논리를 읽을 수 있으며 막대한 공사비용을 투자해 청계천을 복구하려는 데서 생태환경을 존중하는 이 시대의 새로운 가치관을 확인할 수 있다.
청계천 복원사업의 입안 단계부터 깊이 관여해온 저자는 현재 청계천복원시민위원회 상임부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청계천 살리기 과정 등 사업과 관련한 진행 일지를 쓰고 각종 기사를 수집하는 등 꼼꼼한 기록자 역할도 수행해 오고 있다.
이는 행정관료로 오래 복무해온 저자가 숱한 국책사업들에 대해 정리할 틈도 없이 앞으로만 내달리던 지난 개발시대의 기록문화의 부재를 반성하고 후대에 참고할 자료로 남겨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389쪽, 2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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