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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경의 사소한 발견] 기적 같은 확률

 

2번 통독하고도 새롭게 느껴지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요즘 다시 읽고 있다. 우주를 구체적으로 떠올릴 때마다 그 끝없이 광대함에 오히려 눈 앞이 아득해지고, 그 속에 사는 나라는 존재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를 깨닫게 된다.

 

지구는 수성, 금성 다음으로 태양에 가까이 있는 태양계의 행성이다. 그리고 태양계와 같은 항성계 1000억 개에서 2000억 개가 모여서 '우리은하(Milky way Galaxy)'를 이룬다. 그리고 우리은하와 같은 은하들이 수천억 개에서 2조 개가 모여서 관측 가능한 “우리우주”를 이룬다.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는 여기까지이지만 과학자들은 '우리우주'와 같은 우주가 존재할 가능성을 말하기도 하니 우주의 광대함은 인간의 상상을 초월한다.

 

과연 생명체가 지구에만 존재할까 하는 질문도 이제는 식상할 정도이다. 검증할 수는 없지만 다중우주론에 따르면 우리우주와 똑같은 조건을 가진 우주도 무수히 많을 것이며, 그런 우주들 속에는 또 다른 '나'가 존재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건 너무도 큰 이야기이니 이 광대한 우주 속에서 지구인으로 태어난 우리들을 생각해보자.

 

2025년 8월 현재 지구의 인구는 약 81억 명이다. 이 광대한 우주 속에서 지구인으로 태어난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만나 사랑에 빠질 확률은 얼마나 될까? 이것을 수학적으로 정확히 계산해내기는 우주의 광대함을 계산하는 것 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81억 명 중에서 우리가 실제로 일생동안 마주칠 수 있는 사람의 수는 지역, 직업, 생활반경 등을 고려하면 지극히 제한적이어서 많아도 수천 명에서 수만 명을 넘기 힘들다. 또한 만난 모든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는 것도 아니다. 수많은 조건, 성향에 맞아야 서로 이끌리게 되고, 그것이 만남으로 성사되어 사랑하는 관계로 발전할 확률은 아주 희박하다.

 

아무리 호감을 느꼈다고 하더라도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며 서로의 마음이 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렇지 못할 경우 처음에는 좋았으나 오해와 다툼이 잦아지고 결국 헤어지게 된다.

 

그러므로 이 모든 상황을 고려하여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만나 사랑하고 결혼하고 가족이 될 확률은 마치 사막에서 특정 모래알 하나를 찾고, 그 옆에서 또 다른 특정 모래알 하나를 찾아내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통계적으로 이는 기적과 같은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다 그렇게 만난 존재들이다. 그래서 우리의 만남은 소중하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는 상대방에게 너무 많은 것들을 바라고 요구하고 그것이 실현되지 않을 때 미워하고 싸우고 심지어는 죽이기까지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내가 만난 상대방은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가치를 높여주는 것은 나와 그와의 관계형성을 통하여 서로 존중하고 상대방에게 잠재되어있는 좋은 인격을 이끌어내어 꽃피울 때 가능한 것이다.

 

서로 폭력으로 상대방을 다치게 하고, 말로 인격을 말살하고, 죽이기까지 하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안타까운 것은 그들이 지금 기적과 같은 확률로 만난 소중한 존재의 가치를 생각하지도 않고 짓밟아버렸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는 그 관계를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을 아무렇지도 않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오늘 밤은 한번 하늘을 우러러 수많은 별들을 보자. 눈에 보이지 않는 먼 별들까지 마음으로 보자. 그리고 내 옆에 있는 기적으로 만난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더 소중하게 바라보자. 그러면 사소하지만 소중한 내일이 밝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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