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서울 용산구 민주화운동기념관에서 특별전시 ‘재, 꽃잎, 풀림의 의례(Ashes, Wounds and Paper Petals)’를 오는 9월 28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삼척 안정사의 다여 스님이 제작한 불교 지화 100여 점으로 구성됐다. 지화는 종이로 만든 꽃을 뜻하며, 다여 스님은 일제강점기 금강산 유점사에서 전래된 희귀한 지화를 계승·복원해왔다.

작품에는 불교 교의의 상징과 전통 기법이 담겨 있어 단절 위기에 놓인 문화유산을 되살리는 동시에 국가폭력 희생자들에게 바치는 무언의 헌화가 된다. 전시는 옛 남영동 대공분실로 불리던 민주화운동기념관 M2 1층부터 5층까지 공간별 의미와 상설전시 맥락을 반영해 꾸며졌다. 이곳은 1970~80년대 독재정권 시절 고문과 폭력이 자행되던 장소다.
작품들은 ‘살잡기’라 불리는 전통 주름 접기 기법으로 제작됐다. 이어붙임 없이 종이 한 장으로 구현된 꽃들은 불교의 깊은 정신성을 드러낸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금강법계대일여래화’(중생의 청정심 형상화), ‘약사여래칠불공덕화’(해탈 상징), ‘묘법연금광명대바라화’(언어를 초월한 진리 전수) 등 고증을 거쳐 재현된 특별 작품도 선보인다.

김현진 전시감독은 “지화를 통한 해원은 억눌린 감정을 풀어내는 ‘풀림’을 뜻한다”며 “어두운 기억의 공간에서 펼쳐지는 조용한 의례이자 치유의 행위”라고 말했다.
이재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은 “이번 전시는 국가폭력으로 인한 모든 죽음을 가시화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기억하게 할 것”이라며 “기억, 치유, 화해를 향한 문화적 실천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본 전시는 민주화운동기념관 M2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며, 관람을 위해서는 사업회 누리집 예약이 필요하다.
[ 경기신문 = 류초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