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호미술관은 2025년 박물관/미술관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자연 생태계와 지속 가능성의 가치를 중심으로 총 3부로 기획된 2025년 기획전 '공생(共生), 자연을 담다'의 세 번째 전시 '공생, 자연을 담다 – 기억의 풍경을 직조하는 예술'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오는 11월 23일까지 진행되며, 박현지 작가의 신작과 대표작 총 33점을 선보인다.
박현지 작가는 회화와 터프팅이라는 작업을 통해 기억과 감정, 자연과의 공생이라는 개념을 탐구한다. 그의 작업은 유년기 경험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자연을 사진처럼 명확하게 재현하는 대신 흐릿하고 감각적인 기억의 잔상을 포착하는 데 집중한다.
이는 잊혀져 가는 감정의 앙금을 추적하는 과정으로, 작가는 풍부한 색채와 입체적인 질감으로 독자적인 시각·촉각적 언어를 구축한다.
박현지 작가는 터프팅 작업을 실을 반복적으로 밀어넣고 잘라내며 형태를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설명하며, 이를 잊혀가는 감정을 되살리는 행위에 비유한다. 울퉁불퉁한 흙, 이끼, 바람에 흔들리는 풀잎 같은 자연의 요소가 실의 길이·밀도·색감으로 구현되어 관람객에게 독특한 감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회화와 입체작업이 어우러진 전시 공간은 작은 생태계처럼 구성되어, 관람객이 작품 속 풍경을 직접 거니는 듯한 몰입감을 준다.
전시 공간과 맞닿은 북한강의 풍경 또한 작품과 긴밀히 교감한다. 전시실 창으로 스며드는 자연광, 강물 위 윤슬의 반짝임, 철새들의 움직임은 작품과 현실의 자연이 서로 대화하는 열린 풍경을 형성한다. 이로써 관람객은 단순한 감상을 넘어, 자신 안의 기억과 감정을 되짚으며 자연과 공명하는 치유적 시간을 경험하게 된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삶에 지친 이들에게 잠시 머물러 갈 수 있는 안식처, 좋은 에너지를 주는 예술을 제안한다. 실의 촉감, 색채의 온기, 형태의 서사는 단순한 미적 체험을 넘어, 자기 자신과 자연, 그리고 타인과의 공생적 관계를 되새기게 한다.
오는 18일 목요일에 전시오프닝 및 아티스트 토크가 진행되며, 10월 중 박현지 작가의 전시 연계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될 예정이다. 자세한 전시 및 관람 안내는 서호미술관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 경기신문 = 이화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