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임오경은 대한민국 여자핸드볼 국가대표 출신이다.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생순, 임순례 감독, 2008년)의 실제 모델이다. 2020년 21대 국회에 들어와 이번 22대에도 당선됐다. 영화의 주인공이었던 만큼 친(親)영화파이다. 그런 그녀가 지난 9월 13일 '영화와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핵심적인 내용은 홀드백의 법제화이다. 임오경은 핸드볼을 하듯, 영화계 내의 계륵(鷄肋, 닭의 갈비, 실속은 별로 없지만 버릴 수는 없는)인 홀드백 문제에 슛을 던졌다.
홀드백(hold back)이란 쉽게 말해 극장에서의 상영을 일정 기간 독점화하는 것을 말한다. 한 편의 영화가 나오고 그것을 비디오로 출시(한다는 것은 구시대의 얘기이며 요즘 같은 때에는 케이블TV나 VOD, OTT 같은 다른 플랫폼에 노출하는 것) 하기까지 일정 기간을 강제로 못하게 한다는 얘기이다. 극장에서 상영된 영화는 일정 기간이 지나야만 다른 데서도 볼 수 있게 된다. 임오경 의원 법안의 핵심 내용은 이 기간을 6개월로 한다는 것이다.
이건 친 영화 정책이라기보다는 친 극장 정책이다. 비(非) 극장 측, 그러니까 수직 계열 회사의 배급사(CJ나 롯데처럼 배급사와 극장 체인을 동시에 소유하고 있는 회사들)를 제외한 독립 배급사들의 반발과 제작자, 감독, 대다수 영화인의 불만이 이어지는 이유이다. 6개월은 너무 길다는 것이며 이렇게 되면 영화의 수익을 최대화하는 데 있어 극장 외의 다른 쪽에서는 큰 장애를 겪는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한 편의 영화가 극장에 걸리는 기간이 길게 잡아도 대략 한 달인 현실에서 그것을 6개월간이나 다른 플랫폼으로 넘기지 못하도록 묶어 부가 수익 창출을 어렵게 한다면 영화 비즈니스의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일주일 전에 개봉한 공포영화 ‘홈캠’의 경우, 극장 종영이 길어야 한두 주 더 갈 것으로 보인다. 빨리 부가 수익을 내야 제작사들이 살아남을 수 있다. 임오경의 법제화는 이걸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물론 박찬욱의 신작 ‘어쩔 수가 없다’나 메이저급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서울의 봄’ ‘야당’ 등)의 신작 ‘보스’의 경우 추석 연휴를 넘어 롱런할 작품들이다. 이런 흥행 영화의 경우 극장 측에서는 6개월까지 손에 쥐고 있고 싶어 할 것이다. 극장은 극장대로 최고 흥행 영화를 기준으로 삼을 것이고 제작자나 감독은 흥행이 안 될 경우를 염두에 둘 것이다. 각자 보수적으로 사안을 바라볼 것이다.
합의점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6개월을 3개월 안쪽으로 줄여 나가는 것이다. 극장 대 비(非) 극장 양측의 주장을 실용적으로 좁혀 나가고 타협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1인 시네마를 표방하며 만든 최극단의 독립영화 ‘더 자연인’을 6개월까지 극장에 묶어 놓는 건 의미가 없다. 최고의 수작 소리를 듣는 ‘3학년 2학기’나 ‘3670’같은 독립영화의 경우 빨리 홀드백을 풀어 줘야 다음 작품을 기획하고 만드는 데 차질을 빚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홀드백 문제는 지금 ‘영화판’의 문제에 있어 메인 코스 요리가 아니다. 사이드 메뉴 중에서도 사이드 메뉴이다. 불필요한 논쟁으로 시간을 소진하기에는 지금 ‘영화판’의 현안이 쌓이고 쌓여 있다. 홀드백 문제로 영화계가 분열되는 것은 더더욱 바람직하지 않다. 임오경이 던진 만큼 임오경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홀드백을 현실화하고 한층 더 큰 영화계 이슈로 나가야 한다. 그럴 준비가 되어 있는가.